본문 바로가기
일상 이야기

일상) 알부자가 될 예정입니다.

by 서랍 속 그녀 2020. 12. 31.

#1. 알부자가 될 예정입니다

  미운 7살부터 이팔청춘, 낭랑 18, 반오십을 차곡차곡 지나 어느덧 계란 한 판을 앞두고 있다. 강산 정도는 변해줘야 겨우 바뀐다는 그 앞자리가 몇 시간 후에 바뀐다. 뭐 달라질 것 있겠냐 싶으면서도 할 수만 있다면 나이 듦은 거부하고 싶다.

  몇 달 전부터, 아니 1년 전부터 내내 축하를 받아왔다. 29살이 되면서부터 미리 ‘30도 축하받았다. 1년 내내 꾸준하게 내년이면’, ‘6개월 뒤에’, ‘3개월 뒤에’, ‘’, ‘다음 달에’, ‘보름 뒤에맞이할 서른을 축하받았다. 그 축하 속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단어가 바로 계란 한 판이다.

  한국인의 인지, 무려 서른인데 말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지 계란 한 판을 선물해주겠다라는 인사말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삼십 대의 나는 알부자가 되려나 보다.

  알부자라니, 인생의 새로운 막을 여는 시작으로 꽤 괜찮은 것 같다.

#2. 이십 대여, 안녕

  8km. 집 앞 산책로부터 졸업한 대학까지의 거리이다. 천을 따라 쭉 이어진 그 길을 대학 시절 종종 걸어 다녔다. 내가 대학을 졸업한 후, 엄마도 종종 그 길을 걷기 시작하셨다. 아빠 사무실도 마침 그 근처라서, 운동 삼아, 산책 삼아 그 길을 걸어 아빠를 만나러 가곤 하신다.

  대학 시절, 겨울바람이 불 때면 항상 향하던 국밥집이 있었다. 따뜻한 전기장판에 엉덩이를 지지고, 벌게진 볼을 녹이며 후후 불어먹던 그 순대국밥이 서울에 와서도 겨울이면 떠올랐더랬다. 매 겨울 부산에 올 때마다 그 국밥집을 가고자 했으나, 매번 입맛만 다시며 못 간지가 벌써 5년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오늘, 아빠는 어김없이 출근 준비를 하셨다. 출근을 준비하는 아빠 모습을 보니 대학 시절 즐겨 먹던 순대국밥이 다시금 떠오른다. 오늘은 그 국밥을 꼭 먹고 싶다. 출근하시는 아빠께 오후에 찾아가겠노라 예고를 한다. 그냥 찾아가면 재미없으니 대학 시절 추억도 되새길 겸 걸어가기로 뛰어가기로 한다.

  약속 시각은 430, 엄마는 걸어가고, 나는 뛰어간다. 엄마가 먼저 길을 나서고, 한 시간 뒤에 내가 출발하기로 한다. 몇 년 만에 와 보는 산책로의 시작점에서 몸을 풀고, 달리기를 시작한다. 바뀐, 혹은 바뀌지 않은 주변 풍경을 구경하며 달리다 보니 어느덧 도착지점이다. 5분 전에 먼저 도착하여 나를 기다리던 엄마와 함께 학교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 그대로인 듯하면서도 곳곳에 바뀐 모습이 낯설다. 어느덧 입학한 지 10, 졸업한 지 5, 새삼 세월이 흘렀음이 느껴진다.

  땀을 식히고 아빠를 만나 순대국밥 집으로 향했다. 따뜻한 전기장판 대신 딱딱한 의자가 나를 맞이하여 조금은 아쉬웠지만, 맛만큼은 그대로였다. 그렇게 20대를 함께했던 학교 앞에서 20대를 마무리하며 국밥을 먹었다.

#3. 삼십 대여, 안녕

  ‘三十而立(삼십이립)’이라고 하였다. 30세에 인생의 방향 혹은 신념을 세웠다는 뜻이겠다. 아직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 모르겠는 인생, 30세에는 답을 좀 찾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거부할 수 없기에 받아들이는 30대여, 만나서 반갑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