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생활/서래마을 일상

신혼 일상) 서래마을에 살면 폭주하는 이유(feat. 결혼식 일주일 만에 2kg 찐 후기)

서랍 속 그녀 2026. 4. 18. 22:45

#0. 결혼식이 끝난 뒤
결혼식이 끝났다. 서래마을에 이사 온 이래로 동네 이곳저곳을 산책하며 ‘오, 여기도 가보고 싶다’를 연신 반복했는데, 그때마다 우리를 다잡아 준 것은 곧 다가올 결혼식이었다. 조금만 참자며 서로를 다독이며 동네 이곳저곳을 눈으로만 거닌 지 어언 3개월, 드디어 결혼식이 끝났다.

동시에 우리를 다잡아 주던 끈도 끊겨버렸다.

#1. 폭주의 시작(서래마을 이차집)
주말에는 함께 러닝을 하며 건강한 삶을 영위할 것을 다짐한 신혼부부답게, 우리는 운동복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섰다. 반포천과 한강, 반종(반포 종합운동장)까지, 러닝을 즐기기에 이보다 더 좋은 동네는 없다. '오늘은 어디를 뛸까?' 하며, 가벼운 발걸음을 내딛으려는데, 웬걸, 선선하기보다는 서늘하다. 좀 추운데?추워서 한강은 안 되겠다며 선택지를 줄이고, 일단 큰길 나가서 고민해 보자고 하였지만, 막상 큰길에 도착하니 또 추웠다. 2주째 콧물을 흘리는 중이다. 결혼식 직전 날까지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헬퍼님의 걱정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곧 신혼여행도 가야 하는데 무리하면 안 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발걸음을 돌렸다.

여기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얌전히 집으로 향했으면 될 일이었다. 그러나 누가 먼저인지도 모르게 ’이차집 가서 옛날 통닭에 맥주 한 잔?’을 던졌고, 우리는 마치 독서실 가다가 pc방으로 새는 학생처럼 집을 앞에 두고 이차집으로 동선을 틀어버렸다. 이사 온 이후로 내내 한 번은 와보고 싶었던 이곳. 투박한 상호와 단조로운 간판과는 다르게 내부는 깔끔하면서도 특색 있었다.

이쯤에서 고백하자면, 우리는 항상 계획이 있으나 언제나 그 계획을 따르지 않는다. 옛날 통닭에 맥주 한 잔을 외치며 들어왔지만, 막상 들어오고 나니 ‘코코넛 막걸리’가 눈에 들어왔다. 막걸리랑 옛날 통닭을 같이 먹을 수는 없으니, 안주도 바꿔본다. 그렇게 완성된 오늘의 조합. 코코넛 막걸리와 참치김치전.

클래식한 조합이다. 코코넛 막걸리는 마치 코코넛 밀크 셰이크 같아서 알코올이 함량 되어 있음을 잊고 홀짝홀짝 마실 정도였고, 참치김치전은 바삭하고 짭짤해서 정말 막걸리 안주로 딱이었다. 상호가 재밌어서 와보고 싶었던 곳일 뿐, 맛에 대한 기대가 컸던 것은 아닌데, 메뉴 도장 깨기를 해보고 싶을 정도로 맛있었다. 완전 합격. 즉석에서 주기적으로 방문할 계획을 세웠다.

동시에, 내일부터는 진짜 다시 고삐를 쥐고 달리기도 하고 식단 관리도 할 것을 계획했다.

#2. 폭주의 지속(서래마을 이자카야, 무샤)
그래도 오늘은 진짜 러닝을 했다. 어제 막걸리에 참치김치전을 먹고, 오늘은 낮에 베이글까지 먹었으니, 저녁은 순두부 덮밥으로 관리하고 러닝을 하는 게 순리에 맞다. 귀찮은 몸을 무사히 이끌어 나왔고, 우리는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4km 정도를 뛰었다. 막판에 너무 열심히 뛰어서인지, 마지막 집으로 향하는 언덕을 뛰지 못하고 결국 걸었다.

현란한 간판이 우리를 현혹하는, 그 마지막 언덕을 뛰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다. 또다시 간판 구경을 하며 시작된 대화 ‘여기도 가봐야 하는데’. 그러다가 보인 입간판과 갑오징어 메뉴. 그래도 안 된다며 서로를 잘 다독이고 지나왔다.

아니, 잘 지나온 줄 알았다. 누구였을까. 누가 먼저였을까. 누군가 조금만 먹고 내일 또 뛰면 괜찮지 않겠냐고 속삭였고, 그 궤변(?)이 또 이견 없이 받아들여졌다. 정말 홀린 듯 발걸음을 돌렸고, 어느새 우리는 갑오징어 사시미와 생맥주 2잔을 주문하고 있었다.

역시 땀 흘리고 마시는 생맥은 꿀맛이다.

들어올 때의 마음가짐과 다르게 자리에 앉자마자 물병을 드는 그에게 엄중한 경고를 날렸다. 생맥주를 주문해 놓고 물을 따르다니, 안 될 일이다. 우리가 흘린 땀은 다른 것이 아닌 맥주로 채워져야 한다. 그것이 생맥주를 대하는 우리의 올바른 자세다. 그도 본인의 아마추어 같은 행동을 반성하며 다시 경건한 자세로 기다린다.

메마른 몸을 채워주는 금빛 물줄기와 함께 투명하고 영롱한 갑오징어 사시미. 한 접시에 25,000원이나 하는 비싼 안주이다. 그런데, 쫄깃하면서도 탱글한 그 식감이 정말 일품이다. 와, 이래서 갑오징어를 먹는구나 싶을 정도. 한 점 한 점이 소중해서 아껴 먹고 싶었지만, 너무 맛있어서 그러지 못했다.

이틀 연속 서래마을 술집 탐방에 진심인 우리를 스스로 타박하며, 내일은 정말 러닝만 하고 식단 관리를 하자고 다독이며 하는 말.

"근데…. 고작 4km 뛰고 25,000원짜리 안주 먹는 건 좀 너무했다…. 다음에는 10km는 뛰고 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