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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여행 이야기/아이슬란드-워크캠프12

서랍4-12)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 워크캠프가 끝나다 20130416의 일기 #1. 이별에 익숙해지기 10일간의 워크캠프가 끝났다. 우리는 이별을 마주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가 함께하는 마지막을 기념하기 위해 다 같이 시장 구경을 했고, 블루라군(Blue lagoon, 아이슬란드의 유명 온천)에 다녀왔고, 거실에 둘러앉아 영화를 봤고, 뜨개질도 했다. 온전히 함께 보낸 하루를 뒤로하고, 이제는 헤어질 시간이다. 서로를 끌어안고 인사를 한다. 만나서 반가웠고, 그동안 고마웠고, 앞으로도 연락하며 지내자는 그런 인사. 너의 나라에 꼭 놀러 가겠다는 말까지 덧붙여지면 인사가 끝난다. 지금 헤어지면 다시 만나기 힘들다는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훗날을 기약하며 인사를 건넨다. “See you someday, somewhere.” 여행은 만남의 연속이다. 만남의 연.. 2020. 3. 15.
서랍4-11)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마침내 사진전을 열다 20130413의 일기 #1. 사라진 목소리 또다시 목소리를 잃었다. 두어 시간이 지나면 돌아올 것을 알지만 아침마다 힘겹다. 억지로 물을 마신다. 꿀꺽꿀꺽. 물이 목을 타고 내려가는 그 순간순간이 고통으로 다가온다. 피곤하다. 지난밤에 Lois 때문에, 이후에 Natacha 때문에, 또 내 꿈 때문에 계속 중간에 깼다. 몸이 무겁고 몽롱하다. 더 쉬고 싶지만, 오늘은 그동안 찍은 사진을 드디어 전시하러 가는 날이다. 일어나야 한다. #2. 전시회 사진 전시 장소는 Lara가 섭외해 주었다. 시내에 있는 한 빵집이다. 빵집에 사진을 전시하게 되다니, 재밌다. 각자 뽑은 5장의 사진을 가슴에 품고 빵집으로 향한다. 밝은 조명과 새하얀 벽면이 마음에 든다. 사장님께서 자유롭게 사진을 걸 수 있도록 해주셔서,.. 2020. 3. 13.
서랍4-10) 번외편 - 일상에서 마주한 여행의 추억 #1. 평범했던 일상의 어느 날 2019년 11월의 어느 날. 8시 50분. 메신저가 울린다. 수업이 비는 시간에 보결 수업을 들어가라는 내용이다. 4학년 보결 수업이라……. 빠르게 머리를 굴려본다. 교실놀이를 해야 하나, 시간표대로 진도를 나가야 하나 고민이다. 특별한 준비 없이 바로 할 수 있는 교실놀이를 급하게 떠올려보려다 말았다. 우리 반 학생들과 하루를 시작할 시간이다. 학생들이 모두 등교했는지, 특이사항은 없는지 살피고, 과제물 제출을 확인한다. 수업 분위기를 조성하고, 1교시 수업을 시작한다. 수업을 마치고, 쉬는 시간이 아닌 쉬는 시간이 시작된다. 교실 곳곳을 주시하며, 내 곁에 삼삼오오 모인 학생들이 건네는 말을 받아준다. 3~4명과 동시에 각기 다른 대화를 나누는 건 이제 익숙하다. ‘.. 2020. 3. 12.
서랍4-9) 아이슬란드 - 골든서클 투어를 다녀오다 20130412의 일기 #1. 골든 써클(Golden circle) 투어 오늘은 두 번째 투어가 있는 날이다. 게이시르(Geysir)와 굴포스(Gullfoss)로 이어지는 골든 써클은, South shore와 마찬가지로 아이슬란드 여행의 양대산맥이다. 나의 눈과 마음에 담긴 장관을 말로 형용하기 힘들어서 오늘은 사진으로 그때의 감상을 전해보려고 한다. - 게이시르(Geysir)에 대한 짧은 설명 : 게이시르는 아이슬란드의 지명이자 자연 현상의 이름이다. 화산활동의 영향으로 지하의 온도가 너무 뜨거워져, 압력 차이에 의해 간헐적으로 물과 기체가 솟아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영어로는 Geyser, 아이슬란드의 'Geysir'가 어원이 맞다. 우리나라 말로는 간헐천. 간헐적으로 물을 뿜어낸다고 붙인 이름이 아닐.. 2020. 3. 11.
서랍4-8) 아이슬란드 - 히치하이킹 도전기 201030411의 일기 #1. 하이킹 지지난밤, 즐거웠던 달밤의 사진 놀이는 약한 후유증을 남겼다. 어제는 내내 코를 훌쩍이고 힘겹게 침을 삼켰는데, 오늘은 그나마 좀 낫다. ㄱ 오빠, Lois와 하이킹을 가기로 한 날인데, 고민이다. 갈까, 말까. 마음은 망설이고 있는데 몸은 주섬주섬 하이킹 갈 준비를 하고 있다. 높고 험난한 산은 아니라고 하니, 함께 다녀오기로 한다. 한 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나왔다. 산의 정상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비교적 낮고 평탄해 보이는 산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나라 산과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저 멀리 듬성듬성 나무가 보이는, 그저 돌과 모래뿐인, 말로만 듣던 민둥산이다. 국토의 70%가 산인 나라에서 왔기에, 이 정도 산은 문제없다. 등굣길에 마주하는 언덕 정도의 느낌이.. 2020. 3. 10.
서랍4-7)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 달밤의 사진 놀이 20130409의 일기 #1. 달밤의 사진 놀이 아이슬란드는 오로라가 유명하다. 한 번 보면 황홀감을 잊지 못한다는 그 오로라. 하지만 아쉽게도 이미 4월 중순을 향해가고 있어 오로라를 볼 수 있는 최적의 시기는 지났다. 그럼에도 워크캠프 사무실 직원 사이에서 ‘오로라를 봤다!’는 목격담이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혹시나’ 하는 마음이 꿈틀거리는데, 저녁에 만난 Alexandro가 오늘 오로라를 볼 수 있을 거라고 호언장담을 한다. 그의 말을 믿고, 밤 산책도 할 겸 ㄱ 오빠, Lois, Richard와 숙소를 나섰다. 밤하늘에 구름이 가득했다. 하늘이 깨끗해야 오로라를 볼 수 있는 확률이 올라가지만, 이왕 나온 김에 좀 지켜보기로 한다. 모든 흐름이 자연스러웠다. 오로라가 나오면 바로 찍을 수 있도록 .. 2020. 3. 8.
서랍4-6) 번외편 - 어떻게든 되겠지. 20130409의 일기 #1. 어떻게든 되겠지 – 일정 편 클릭, 클릭, 클릭, 띵동. 마침내 메일이 왔다. 지난 삼사일의 고민의 결과물인 그 메일을 떨리는 마음으로 열어본다. 프랑스 - 모로코 왕복 비행기 표. 무계획이 계획이라지만, 그래도 이렇게 갑작스럽게 비행기 표를 발권하게 된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모로코도 가요?” ㄱ 오빠와 처음 인사를 주고받던 날, 유럽 장기 여행 중이라는 나에게 그가 물은 질문이다. 모로코? 사하라 사막이 있는 그 모로코? 나의 여행 계획은 매우 단순하다. 유럽 횡단. 런던과 이스탄불, 그 사이의 유럽 국가들을 여행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 그렇기에, ‘모로코’는 내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생각해본 적도 없다. 이런 나의 단순하고도 직관적인 계획을 들은 ㄱ 오.. 2020. 3. 6.
서랍4-5)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 어느 괴짜 영화감독의 집 20130408의 일기 #1. 어느 괴짜 영화감독의 집 어느 괴짜 영화감독의 집에 왔다. 그에게 ‘괴짜’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유는 모르겠다. 성격 때문인지, 그의 작품 세계 때문인지, 집의 꾸밈 때문인지. 그저 그렇게 불린다기에, 나도 그렇게 불러 본다. 바닷가를 마주하고 있는 그의 집 마당에 전시된 녹슨 철 구조물이 눈에 띈다. 검은빛 바닷물과 녹슨 철물, 푸른 하늘과 하얀 뭉게구름이 만들어내는 색의 조화가 마음에 든다. ‘역시 예술 하는 사람의 감성은 남다른가?’ 생각해보며 이곳저곳을 거닌다. #2. 의식하지 말라 하면 더욱 의식되는 법 어디선가 나의 모습이 포착되고 있음이 느껴진다. 저 멀리서 사진을 찍고 있는 ㄱ 오빠의 구도 안에 내가 들어있는 것이 분명하다. 괜히 민망해서 고개를 숙이고 수줍게 .. 2020. 3.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