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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10

서랍6-6) 모로코 마라케시 - 일본 사람 아닙니다. 20130427의 일기 #1. 여기는 마라케시 한적하고 조용하던 여행이 끝났다. 온 감각이 북적북적함을 느끼는 중이다. 여기는 마라케시(Marrakech). 광장을 에워싸고도 모자라 골목골목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없는 것 빼고 다 있을 것 같은 시장과 오렌지 주스로 유명하다. 모로코는 원래 오렌지 주스로 유명하지만 유독 마라케시의 오렌지 주스가 명물인 이유는 광장 중앙에 모인 수십 개의 오렌지 주스 가판대 때문이다. 전반적인 물가는 다른 도시에 비해 비싼 편이지만, 오렌지 주스만큼은 어디보다 싸다. 시장을 구경하다 No. 35 가판대에서 오렌지 주스를 한 잔 사 마신다. 더운 여름, 오렌지의 상큼함으로 체력을 보충하고 인파 가득한 시장 안으로 들어간다. #2. 일본 사람 아닙니다. 지친다. 날씨 때문도 .. 2020. 7. 7.
서랍6-5) 모로코 카사블랑카 - 카사블랑카의 세 소녀 20130426의 일기(2) 앞 이야기 : 20130426의 일기(1) #3. 카사블랑카(Casablanca)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봤으나 도시의 이름이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그 이름, 카사블랑카(Casablanca). 영화 ‘카사블랑카’로 유명하다는 이곳은 모로코의 수도인 듯 수도가 아닌, 마치 터키의 이스탄불, 호주의 시드니 같은 곳이라고 했다. 카사블랑카에 갈 예정이라는 내게, 혹은 카사블랑카를 다녀왔다는 내게 많은 이들이 영화 ‘카사블랑카’를 언급했다. 그들은 그 영화가 나의 카사블랑카 방문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궁금해했지만, 아쉽게도 난 그 영화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다. 난 그저, 이곳에 아름다운 모스크가 있다기에, 아부다비에서 셰이크 자이드 모스크를 보고 느낀 그 황홀함을 다시 느끼고 싶었을.. 2020. 7. 4.
서랍6-3) 모로코 아실라 - 여기가 바로 파라다이스 20130425의 일기 #1. 다시 또 함께 모로코에서 맞는 두 번째 아침, 오늘도 역시 새벽의 고요함을 깨는 아잔(Azzan, 하루에 다섯 번 예배 시간을 알려주는 일종의 노래) 소리에 잠에서 깼다. 모로코에서 첫 아침을 맞았던 어제는 아잔 소리에 화들짝 놀랐더랬다. 방송을 통해 흘러나오는 경건함이 묻어나오는 목소리가 꼭 심각한 일이 터졌음을 알리는 것 같아 어찌나 조마조마했던지. 아잔의 존재와 기능을 알게 된 오늘은 덤덤하게 아잔 소리에 맞춰 몸을 일으킨다. 모로코에서 지내는 동안 아침 알람은 따로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 어제 Fouad는 내게 자신이 아침을 먹을 식당을 알려주었다. 그곳에서 아침을 먹고 있을 테니 나도 그곳으로 오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제 그에게 고백하지 않은 사실이 하나 있는데.. 2020. 6. 4.
서랍6-2) 모로코 아실라 - 세계 속의 대한민국 20130424의 일기 #1. 평화로운 바닷가 마을, 아실라(Assilah) 예정보다 하루 늦게 도착한 이곳, 아실라. 탕헤르 남쪽의 작은 바닷가 마을인 아실라는 모로코의 다른 도시에 비해 많이 알려진 여행지는 아니다. 그럼에도 이곳을 거쳐 간 여행객은 모로코 여행 중 가장 좋았던 곳으로 아실라를 꼽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이곳은 모로코 여행의 숨은 보석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이곳을 여행하는 특별한 방법은 없다. 그저 골목골목을 거닐며 평화로움을 즐기면 된다. 하얀 벽에 그려진 벽화를 구경하고, 담을 에워싼 넝쿨을 살피다 보면 길을 잃는다. 그렇게 길을 잃고 정처 없이 걷다가 지났던 곳을 다시 보면 또 새롭다. 목적지를 두지 않고 한가롭게 걷는 순간을 즐기는 것이 이곳을 여행하는 방법이다. #2. 세계.. 2020. 5. 25.
서랍5-5) 아이슬란드 - 눈보라에 맞서는 남자 20130419의 일기(1) #1. 평정심 유지의 중요성 순식간이었다. 찰나의 순간에 하늘은 급변했고, 우리는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눈보라에 갇혔다. 산 중턱의 어딘가, 길을 이탈하면 차가 전복될 수 있는 그 어딘가. 도로의 경계를 알려주는 희미한 황색 막대를 이정표 삼아 거북이보다 느리게 차를 움직이는 중이다. 산으로 진입하기 전 충분히 날씨를 확인했다. 인터넷으로 날씨를 확인한 것으로는 충분치 않아 새로운 차를 빌리면서도 사장님께 산을 통과해도 되는 날씨일지 두 번, 세 번 확인했다. 모두가 오늘 날씨는 괜찮다고 했다.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산에 진입했다. 하지만 이곳 섬나라의, 겨울이 아직 끝나지 않은 날씨가 심술궂은 변덕을 부리며 눈보라로 우리를 맞이해주었다. 이방인인 우리가 그 변덕을 정면.. 2020. 4. 12.
서랍4-11)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마침내 사진전을 열다 20130413의 일기 #1. 사라진 목소리 또다시 목소리를 잃었다. 두어 시간이 지나면 돌아올 것을 알지만 아침마다 힘겹다. 억지로 물을 마신다. 꿀꺽꿀꺽. 물이 목을 타고 내려가는 그 순간순간이 고통으로 다가온다. 피곤하다. 지난밤에 Lois 때문에, 이후에 Natacha 때문에, 또 내 꿈 때문에 계속 중간에 깼다. 몸이 무겁고 몽롱하다. 더 쉬고 싶지만, 오늘은 그동안 찍은 사진을 드디어 전시하러 가는 날이다. 일어나야 한다. #2. 전시회 사진 전시 장소는 Lara가 섭외해 주었다. 시내에 있는 한 빵집이다. 빵집에 사진을 전시하게 되다니, 재밌다. 각자 뽑은 5장의 사진을 가슴에 품고 빵집으로 향한다. 밝은 조명과 새하얀 벽면이 마음에 든다. 사장님께서 자유롭게 사진을 걸 수 있도록 해주셔서,.. 2020. 3. 13.
서랍4-9) 아이슬란드 - 골든서클 투어를 다녀오다 20130412의 일기 #1. 골든 써클(Golden circle) 투어 오늘은 두 번째 투어가 있는 날이다. 게이시르(Geysir)와 굴포스(Gullfoss)로 이어지는 골든 써클은, South shore와 마찬가지로 아이슬란드 여행의 양대산맥이다. 나의 눈과 마음에 담긴 장관을 말로 형용하기 힘들어서 오늘은 사진으로 그때의 감상을 전해보려고 한다. - 게이시르(Geysir)에 대한 짧은 설명 : 게이시르는 아이슬란드의 지명이자 자연 현상의 이름이다. 화산활동의 영향으로 지하의 온도가 너무 뜨거워져, 압력 차이에 의해 간헐적으로 물과 기체가 솟아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영어로는 Geyser, 아이슬란드의 'Geysir'가 어원이 맞다. 우리나라 말로는 간헐천. 간헐적으로 물을 뿜어낸다고 붙인 이름이 아닐.. 2020. 3. 11.
서랍4-8) 아이슬란드 - 히치하이킹 도전기 201030411의 일기 #1. 하이킹 지지난밤, 즐거웠던 달밤의 사진 놀이는 약한 후유증을 남겼다. 어제는 내내 코를 훌쩍이고 힘겹게 침을 삼켰는데, 오늘은 그나마 좀 낫다. ㄱ 오빠, Lois와 하이킹을 가기로 한 날인데, 고민이다. 갈까, 말까. 마음은 망설이고 있는데 몸은 주섬주섬 하이킹 갈 준비를 하고 있다. 높고 험난한 산은 아니라고 하니, 함께 다녀오기로 한다. 한 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나왔다. 산의 정상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비교적 낮고 평탄해 보이는 산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나라 산과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저 멀리 듬성듬성 나무가 보이는, 그저 돌과 모래뿐인, 말로만 듣던 민둥산이다. 국토의 70%가 산인 나라에서 왔기에, 이 정도 산은 문제없다. 등굣길에 마주하는 언덕 정도의 느낌이.. 2020. 3.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