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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19

서랍5-7) 아이슬란드 - Icelandic humor를 아세요? 20130422의 일기 #1. 로드트립의 끝 3박4일에 걸쳐 이동한 우리는 드디어 아퀴레이리(Akureyri)에 도착하였다. 우리나라의 지방 소도시보다 작아 보이는 이곳은 사실 아이슬란드 제3의 도시이자 북부 최대 도시이다. 4인실 도미토리가 있는 숙박시설은 이곳이 사람이 모이는 대도시임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아퀴레이리에 도착하자마자 일본인 A와 덴마크인 아주머니는 서둘러 레이캬비크로 돌아갔고, Jono와 Steffi도 다음 날 떠났다. 나는 홀로 아크뤠이리에 남아 도시를 살짝 둘러보고, 혼자만의 여유를 즐겼다. 대부분의 시간을 잠으로 보냈다는 뜻이다. 충분히 쉬고, 3박4일에 걸쳐 왔던 그 길을 버스로 8시간 만에 돌아왔다. 마지막 이틀 동안 작은 에피소드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아이슬란드의 마지막 편.. 2020. 5. 3.
서랍5-6) 아이슬란드 - 모닥불 피워놓고 20130419의 일기(2) 앞 이야기 : 20130419의 일기(1) #3. 눈보라가 지나가고 Jono의 제안이었다. 어느덧 눈보라는 지나갔고,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 화창함을 자랑하고 있었다. 우리는 도로 한 편에 차를 세우고 환하게 빛나는 태양을 허탈하게 바라보며 몸과 마음을 재정비하는 중이다. 그의 제안은 갑작스러웠지만, 그가 제시한 이유는 우리의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눈보라를 헤치느라 예정보다 많이 이동하지 못했다. 우리가 하룻밤을 묵으려던 도시까지 가려면 앞으로 두어 시간을 더 달려야 한다. 극도의 긴장 상태로 몇 시간을 보낸 우리기에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 무엇보다 운전자인 Jono의 피로도가 매우 높았다. 예산이 빠듯한 여행객이 모였다. 차 렌트비와 보험료만 해도 이미 각자의 .. 2020. 4. 19.
서랍5-5) 아이슬란드 - 눈보라에 맞서는 남자 20130419의 일기(1) #1. 평정심 유지의 중요성 순식간이었다. 찰나의 순간에 하늘은 급변했고, 우리는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눈보라에 갇혔다. 산 중턱의 어딘가, 길을 이탈하면 차가 전복될 수 있는 그 어딘가. 도로의 경계를 알려주는 희미한 황색 막대를 이정표 삼아 거북이보다 느리게 차를 움직이는 중이다. 산으로 진입하기 전 충분히 날씨를 확인했다. 인터넷으로 날씨를 확인한 것으로는 충분치 않아 새로운 차를 빌리면서도 사장님께 산을 통과해도 되는 날씨일지 두 번, 세 번 확인했다. 모두가 오늘 날씨는 괜찮다고 했다.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산에 진입했다. 하지만 이곳 섬나라의, 겨울이 아직 끝나지 않은 날씨가 심술궂은 변덕을 부리며 눈보라로 우리를 맞이해주었다. 이방인인 우리가 그 변덕을 정면.. 2020. 4. 12.
서랍5-4) 아이슬란드 - 담배는 사랑을 싣고 20130418의 일기(2) 앞 이야기 : 20130418의 일기(1) #3. 그녀의 또 다른 요구 그녀의 요구대로 공동묘지에 차를 세웠다. 차를 멈춰 세운 그녀는 기어코 공동묘지에서 흙을 퍼왔다. 그런 그녀가 이번에는 새로운 요구를 한다. 당장 레이캬비크로 돌아가야겠단다. 이 흙을 가지고 빨리 레이캬비크로 돌아가야 자기 언니를 구할 수 있다나, 뭐라나. 차를 돌릴 수는 없다. 하루 하고도 반을 달려 여기까지 왔다. 무엇보다 지금의 차를 내일 북부의 한 도시에 반납해야 한다. 우리의 나침반이 되어주고 있는 지도가 근처 도시에 공항이 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녀를 공항에 데려다주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이왕 이렇게 된 김에 우리도 그곳에서 밤을 보내기로 했다. 다음 목적지가 정해진 차 안은 또다시 어색한.. 2020. 3. 31.
서랍5-3) 아이슬란드 - 사실이 아니기를, 망상이기를 20130418의 일기 #1. 밤사이 이곳은 애벌레처럼 몸을 꿈틀거리며 밤을 보낸 사이, 이곳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되어 있었다. 1번 국도의 어느 곳, 소복이 쌓인 눈이 온 세상을 반짝이고 있었다. 푸른 하늘과 새하얀 눈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황홀했다. 이 세상에 우리만 존재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이곳에, 이미 깔끔하게 제설 된 도로만이 누군가 먼저 이곳을 다녀갔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아무도 다니지 않는 도로 한 편에 차를 세우고, 새하얀 눈밭에 우리의 흔적을 남겨보기로 했다. #2. 내가 지금 무슨 말을 들은 거야?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눈밭에 발자국을 남기고, 자연온천을 즐기며 평화를 만끽하던 우리 사이에 숨 막히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Jono의 목소리에 짜증이 묻어났다. 그의 짜증 섞인 반응에.. 2020. 3. 29.
서랍5-2) 아이슬란드 -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20130417의 일기(2) 앞 이야기 : 20130417의 일기(1) #3. 아이슬란드 로드트립 여행할 때 많은 고민이 되는 부분 중 하나는 바로 경로 선택이다. A, B, C를 가기 위해, 어떤 경로를 선택할지가 항상 고민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슬란드 로드트립의 단순하다. 레이캬비크를 기점으로 남쪽으로 가냐, 북쪽으로 가냐의 선택지만 있다. 우리 앞에 놓인 도로는 단 하나 뿐이기에. 아이슬란드를 크게 한 바퀴 돌 수 있게 놓인 그 도로를 1번 국도라고 부른다. 별칭은 ‘Ring road’. 아이슬란드는 세계에서 우리나라와 국도 크기가 제일 비슷한 나라라고 하니, 1번 국도는 우리나라 크기의 반지인 셈이다. 우리는 아이슬란드 제3의 도시이자, 북부 최대 도시인 아퀴레이리(Akureyri)까지 약 3박.. 2020. 3. 23.
서랍5-1) 아이슬란드 - 내 나이가 어때서? 20130417의 일기 #1. 남아 있지 않은 이름 아이슬란드 로드트립을 위해 5명이 모였다. 호주에서 온 Jono를 중심으로 오스트리아에서 온 Steffi, 일본에서 온 A, 덴마크에서 온 한 아주머니, 그리고 나. 새로운 사람을 만난 날은 일기에 그 사람의 이름부터 적는다. 하지만 일기 어디에도 일본인 A의 이름이 남아 있지 않다. 그 이유를 모르겠다. 그의 얼굴이 나온 사진을 화면에 띄워놓고 한참동안 기억을 더듬어 본다. 무려 7년 전의 일이기에 역시나 떠오르지 않는다. 잊혀진 그의 이름이 아쉽다. 반면, 덴마크 아주머니의 이름을 남겨놓지 않은 이유는 분명하다. 일기에 그 이름을 남겨놓고 싶지 않았던 그때의 감정이 다시 떠오른다. 감정의 골이 시작되던 첫 만남부터 이야기를 시작해보려고 한다. #2... 2020. 3. 19.
서랍4-12)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 워크캠프가 끝나다 20130416의 일기 #1. 이별에 익숙해지기 10일간의 워크캠프가 끝났다. 우리는 이별을 마주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가 함께하는 마지막을 기념하기 위해 다 같이 시장 구경을 했고, 블루라군(Blue lagoon, 아이슬란드의 유명 온천)에 다녀왔고, 거실에 둘러앉아 영화를 봤고, 뜨개질도 했다. 온전히 함께 보낸 하루를 뒤로하고, 이제는 헤어질 시간이다. 서로를 끌어안고 인사를 한다. 만나서 반가웠고, 그동안 고마웠고, 앞으로도 연락하며 지내자는 그런 인사. 너의 나라에 꼭 놀러 가겠다는 말까지 덧붙여지면 인사가 끝난다. 지금 헤어지면 다시 만나기 힘들다는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훗날을 기약하며 인사를 건넨다. “See you someday, somewhere.” 여행은 만남의 연속이다. 만남의 연.. 2020. 3.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