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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여행 이야기/아이슬란드-로드트립

서랍5-7) 아이슬란드 - Icelandic humor를 아세요?

by 서랍 속 그녀 2020. 5. 3.

20130422의 일기

#1. 로드트립의 끝

  34일에 걸쳐 이동한 우리는 드디어 아퀴레이리(Akureyri)에 도착하였다. 우리나라의 지방 소도시보다 작아 보이는 이곳은 사실 아이슬란드 제3의 도시이자 북부 최대 도시이다. 4인실 도미토리가 있는 숙박시설은 이곳이 사람이 모이는 대도시임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아퀴레이리에 도착하자마자 일본인 A와 덴마크인 아주머니는 서둘러 레이캬비크로 돌아갔고, JonoSteffi도 다음 날 떠났다. 나는 홀로 아크뤠이리에 남아 도시를 살짝 둘러보고, 혼자만의 여유를 즐겼다. 대부분의 시간을 잠으로 보냈다는 뜻이다. 충분히 쉬고, 34일에 걸쳐 왔던 그 길을 버스로 8시간 만에 돌아왔다. 마지막 이틀 동안 작은 에피소드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아이슬란드의 마지막 편을 기념하여 아이슬란드에서 보고 들은, 아이슬란드의 이야기를 담아보려고 한다.

아이슬란드에서 본 마지막 폭포. 언제봐도 웅장하고 멋있다.
아퀴레이리의 교회. 걷다보면 나오는 교회의 2탄이다.

 

#2. 아이슬란드 기념품점에는 000이 있다.

  소방관이 소방복을 입고 지나간다. 한 꼬마 아이가 고개를 한껏 들어 올리고는 소방관에게 묻는다.

  “아저씨는 무슨 일 하세요?”

  소방관이 자상하게 답한다.

  “나는 뮤지션이란다.”

  경찰이 경찰복을 입고 지나간다. 한 꼬마 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는다.

  “아주머니는 무슨 일 하세요?”

  경찰이 친절하게 답한다.

  “나는 뮤지션이란다.”

  그렇다. 모든 아이슬란드 사람은 자신의 정체성을 뮤지션으로 규정한다. 모든 국민이 한 개 이상의 밴드에 가입되어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란다. 이토록 밴드 활동에 집중하는 이유도 바깥 활동이 힘든 겨울이 길기 때문이라고.

  기념품점 한 편에 놓인 Icelandic humor에 나온 이야기다. 고개를 끄덕이며 아하,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이렇구나하고 다음 장으로 넘겼다.

  길 한복판에서 접촉 사고가 났다. 당황한 운전자가 경찰을 부른다. 신고를 받고 달려온 경찰이 더욱 당황한 표정으로 운전자를 바라본다.

  무언가 조치를 바라는 운전자의 간절한 눈길을 받은 경찰은 힘겹게 입을 열더니 고백한다.

  “사고 처리 방법은 저도 모릅니다.”

  무표정으로 유머집을 넘기다가 피식 웃어버리고 말았다.

  그렇다. 아이슬란드의 경찰은 교통사고 처리 방법을 모른다. 아이슬란드에는 교통사고가 나지 않으니까. 혹은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점을 고려해보면, 부딪칠 차가 없는 아이슬란드에서는 교통사고가 날 수 없으니까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할 수도 있겠다.

  내용보다는 이런 자기들의 모습을 특징으로 꼽아내고 유머집을 발간했을 과정이, 그 유머집을 외국인이 찾는 기념품점에 뿌린 과정을 상상해보니 웃음이 났다.

  피식 웃고 넘겼던 그 유머집의 위력은 실로 대단하여 7년이 지난 지금도 이렇게 ‘Icelandic humor’가 머리에 각인되어 있다. 심지어는 종종 아쉽다. 그때 유머집을 사지 않은 것이. 다시 아이슬란드에 간다면 기념품점에 들려 그 유머집부터 구매하리라.

#3. 아이슬란드 이름의 유래

  정설인지는 모르겠다. 굳이 검증해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외지인에게는 꽤 흥미로운 이야기인지라 외지인 여럿이 모이면 누군가 한 명쯤은 꼭 “Have you heard~”로 이 설을 들려주고는 했다. 그 설에 따르면 “Iceland”라는 이름의 유래는 다음과 같다.

  그 옛날의 언젠가, 누군가 배를 타고 항해하다가 이 섬을 발견했을 것이다. 영국의 북서쪽에서 찾은 이 섬은 사실 크기도, 자연환경도 꽤 괜찮아 보였더란다. 그래서 한 민족이 이곳에 정착하여 평화로운 삶을 살기 시작했더랬다. 고립된 섬나라에서 영위하는 자기들만의 생활이 만족스러웠던 그들은 이방인의 침략을 원치 않았다. 그래서 고민 끝에 붙인 이름이 Iceland이다. 누군가 이 섬에 대해 알게 되더라도, ‘사람이 살기 적당하지 않은 곳이구나하고 느끼게끔 말이다. 여기에 멈추지 않고 그들은 저 멀리 진짜 얼음의 땅Greenland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들이 오랜 시간 평화롭게 고립되어 살 수 있었던 비결은 이름만 듣고도 자연히 뱃머리를 돌리게 만든 “Iceland” 이름에 숨어있었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

#4. 다섯 번째 서랍의 문을 닫다

  워크캠프와 로드트립으로 꽉 찬 시간을 보낸 이곳 아이슬란드를 떠나려 한다. 새벽 비행기를 타기 위해 밤늦게 도착한 공항에서 SteffiJono를 다시 만났다. 비행기 시간이 비슷하여 혹시 마주칠 수 있을까 싶었던 그들을 이렇게 진짜 마주치니 반가웠다. 고작 24시간 만에 다시 만났을 뿐인데.

  오늘 이 공항에서 나는 모로코로, Steffi는 베트남으로 떠난다. 아시아는 처음 가본다는 그녀의 도전을 응원해주며, 서로 사랑에 빠진 지 단 며칠 만에 장거리 연애를 시작하는 그들의 앞날을 응원하며, 아프리카 땅에 첫발을 내딛는 나를 응원하며 다시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이로써 다섯 번째 서랍의 문이 닫혔다. 드디어 진짜 혼자 여행을 시작하며 급격한 두려움에 빠졌던 이야기를, 인터넷도 안되고 언어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겪었던 우여곡절을 여섯 번째 서랍에 담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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