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3. 여행 이야기/모로코15

서랍6-15) 모로코 셰프샤우엔- 파란 나라를 보았니? 20130504의 일기 #1. 파란 나라를 보았니? 파란 나라를 보았니 꿈과 희망이 가득 찬 파란 나라를 보았니 천사들이 사는 나라 꿈과 희망이 가득 찬 파란 나라가 실제 한다면 분명히 이런 모습일 것이다. 일명 블루시티(blue city)로 불리는 이곳은 셰프샤우엔(Chefchauen), 어느덧 모로코 여행에서의 마지막 도시이다. 모로코 도착 첫날, 겁에 질려있는 나와 함께 저녁을 먹어 주었던, Police라 굳게 믿었으나 Police가 아니라 Polish였던 그 커플이 가장 기대된다고 했던 곳이기도 하다. 그동안 지나온 모로코의 많은 도시는 채도가 낮았다. 어느 곳에서든 어느 색이든 묘하게 ‘사막의 색’이 더해져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밝고 톡톡 튀는 느낌보다는 차분하고 정적인 느낌이 강했다. 하지.. 2020. 12. 26.
서랍6-14) 모로코 페스 - 눈을 떠보니 식당이었다. 20130502의 일기 #1. 눈을 떠보니 식당이었다. 깊은 잠에서 깼다.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키는데, 낯선 이들과 눈이 마주쳤다. “Hi, good morning!” 눈이 마주친 그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무심한 듯, 아무렇지 않은 듯, 살짝 머쓱한 듯. 테라스에서 눈을 뜨는 일은 별일 아니라는 듯. 하룻밤을 보낼 테라스가 본디 식당이라는 얘기는 어제 숙소 직원에게 얼핏 들은 것도 같다. 이 장소가 식당이라는 게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이 되지 않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지만, 이제 그 문장이 가지는 의미를 알겠다. 잠은 테라스에서 잤지만, 눈은 식당에서 뜬다는 것. 나에게는 침대인 소파가 그들에게는 식당 의자라는 것. 침대였던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 소파를 의자 삼아 앉고 자연스럽게 아침 .. 2020. 10. 1.
서랍6-13) 모로코 페스 - 제가 한 번 자보겠습니다, 테라스에서 20130501의 일기 #1. 사막의 아침 별똥별 쏟아지던, 낭만 가득했던 사막의 밤이 지나고, 아침이 밝았다. 일몰을 보며 들어간 사막을 일출을 보며 나왔다. ‘아, 화장실’ 또다시 낙타의 등에 기대 터덕터덕 사막을 빠져나오는 내 기분이다. 장장 12시간 넘게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했다는 현실이 내 생애 이 아름다운 풍경을 다시 볼 수 있을까 하는 감상을 이겼다. 민트향 가득 뿜은 양치, 몸 구석구석 자리 잡은 모래알을 뽀드득뽀드득 씻어낼 수 있는 샤워, 그리고 무엇보다 화장실 그 자체. 너무 간절하다. 사막과 헤어지는 지금, 나는 무엇보다 화장실이 간절하다. #2. 제가 한 번 자보겠습니다, 테라스에서 141일의 여행에 ‘계획’도, ‘정보수집’도 없다. 장기 여행인지라 계획을 세우려면 끝도 없을 것 같.. 2020. 9. 4.
서랍6-12) 모로코 사하라사막 - 이것이 바로 사막의 낭만 20130430의 일기(3) 앞 이야기 : 20130430의 일기(1) / 20130430의 일기(2) #4. 대자연의 본모습 높은 곳에 오르는 것을 좋아한다. 등산도 좋고, 계단 오르기도 좋다. 오를 때 살짝 숨이 차는 것도 좋고, 오른 자에게만 주어지는 그 풍경도 좋다. 각 여행지에는 전망을 보기 좋은 명소가 있다. 언덕 위의 공원일 때도 있고, 성당의 첨탑일 때도 있다. 웬만하면 다 올라보려고 한다. 깊은숨을 내쉬며 탁 트인 전경을 바라보는 게 좋다. 이곳 사막에서는 잘 모르겠다. 이미 어둑해진 이곳, 불빛이라곤 텐트 밖에 피워놓은 모닥불이 전부인 이곳에서 언덕을 오른다고 무엇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오르라니 올라본다, 찌뿌둥한 몸을 이끌고.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 언덕인지라 몇 걸음 오.. 2020. 8. 23.
서랍6-11) 모로코 사하라사막 - 무엇이든 답변해 드립니다. 20130430의 일기(2) 앞 이야기 : 20130430의 일기 (1) #3. 무엇이든 답변해 드립니다. 사막 한가운데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하룻밤을 보낼 텐트를 등지고, 간이 테이블에 앉아 저녁 식사가 준비되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어느새 해가 져 어둑어둑한 주위를 둘러보며, 아무리 눈동자를 굴려도 화장실 따위는 없는 현실을 받아들였다. 저녁 식사를 앞두고, ‘물을 마시면 안 된다’와 ‘아, 참! 마실 물도 없지’, ‘화장실 가고 싶으면 어떡하지?’를 고민하는데, 건너편에 앉은 한 아주머니가 내게 관심을 보여왔다. “어디서 왔어요?” “한국에서 왔어요.” “오, 한국 사람 만나면 묻고 싶은 게 있었어요!” 한국인 Q&A 응답 전문 여행객으로서, 이번에는 어떤 질문일지 궁금하다.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2020. 8. 6.
서랍6-10) 모로코 사하라사막 - 낭만적이기보다는 현실적 20130430의 일기 #1. 안녕, 사하라사막 하루하고도 반나절을 더 달렸다. 계속된 이동에 정신이 혼미해져 갈 때쯤, 흐리멍덩한 눈으로 마주한 사하라사막. 무엇을 기대했는지 모르겠다. ‘짠! 여기부터 사하라사막이야.’라는 표지판을 기대한 건지, 사막 시작을 알리는 장승이라도 서 있기를 기대한 건지. 아무튼, 아무런 표식 없이 어느 순간 눈 앞에 펼쳐진 사하라사막이 얼떨떨했다. 아, 이게 교과서로만 보던 그 사하라사막이구나. 너를 보기 위해 이제껏 달려왔구나. 차에서 낙타로 옮겨 탔다. 터덜터덜 낙타의 리듬에 몸을 맡기고 지평선 너머에 시선을 둔다. 일몰이 사막을 감쌌다. 오늘 밤, 이곳에서 사막 하늘을 바라보며 하룻밤을 보낸다. #2. 낭만적이기보다는 현실적 사하라사막은 아름다웠다. 모래에 반사된 일.. 2020. 7. 31.
서랍6-9) 모로코 사하라사막 - 사막을 향해 출발하다 20130429의 일기 #1. 모로코에 온 그 이유, 사하라사막 빡빡한 예산에도 비행기 표를 끊어가며 모로코에 온 이유는 딱 하나, 사하라사막에 가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마라케시에 머물며 사하라사막 2박 3일 투어 상품을 예약했고, 오늘이 바로 투어 1일 차다. 원래 성격인 건지, 장기 여행이라 그런 건지 특정 장소에 대해 특별한 설렘을 느끼지는 않았는데 사하라사막은 다르다. 모로코행 비행기 표를 끊을 때부터 사하라사막이 기대됐고, 투어 상품을 예약하면서 그 기대가 증폭되었고, 마침내 사하라사막으로 출발하는 오늘 아침, 새벽같이 출발 준비를 하면서도 너무 설렜다. #2. 허리가 살살 녹아내리는 중 봉고차에 올라 12시간을 이동했다. 마라케시 숙소에서 마주친 동갑내기 ㅅ에게 첫날은 끝없이 이동만 할 거니 .. 2020. 7. 26.
서랍6-8) 모로코 마라케시 - 여행 한 달 차, 여행과 일상 사이 20130428의 일기 #1. 여행 한 달 차, 여행과 일상 사이 141일의 여행을 시작한 지 한 달 하고 이틀이 흘렀다. 여행이 길어지다 보니 슬슬 여행이 일상 같고 일상이 여행 같다. 여행과 일상 사이, 여행 같은 일상, 일상 같은 여행. 그냥 낯선 곳에 있는 이 상황이 익숙하달까. 마치 언제나 이런 삶을 살았다는 듯이 하루하루를 보낸다. 다인실 숙소에서 눈을 뜨고, 뭉그적거리다가 밖을 나선다. 특별히 어디를 가는 날도 있고 그저 방랑자처럼 돌아다니는 날도 있고. 숙소나 길거리에서 만난 낯선 사람과 나누는 가벼운 대화도 익숙해졌다. 매번 바뀌는 잠자리나 다인실 숙소가 딱히 불편하지 않아서 여행이 체질인가 싶다가도, 원체 여기저기 열심히 다니지 않아서 여행은 내 체질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무튼, 여.. 2020. 7.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