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3. 여행 이야기/모로코15

서랍6-7) 번외편 - 모로코에는 일본인만 있었다. #1. 모로코에는 일본인만 있었다. 세 걸음에 한 번씩 들려오는 ‘Konnichiwa’에 이제 더는 짜증도 나지 않을 때쯤, 문득 드는 생각에 고개를 들어 주위를 바라보았다. 세 걸음 앞의 친구 여행객도, 옆을 스쳐 지나가는 나 홀로 여행객도, 저쪽의 친구는 아닌 듯 보이는 남남 여행객도 모두 일본인이다. 그렇다. 모로코에는 일본인만 있었다. 모로코는 사실 유럽인에게 사랑받는 휴양지라고 들었다. 스페인과 넘어지면 코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와 저렴한 물가, 유럽과는 다른 이국적 느낌과 따뜻한 날씨 때문이다. 한편, 아시아에서 그렇게 알려진 여행지는 아니다. 아마도 지리적 거리가 먼 탓이 크겠지. 우리나라에서도 누군가는 모로코와 모나코를 헷갈리기도 하며, 그나마 좀 안다 하여도 ‘사하라 사막’을 떠올리는 정.. 2020. 7. 10.
서랍6-6) 모로코 마라케시 - 일본 사람 아닙니다. 20130427의 일기 #1. 여기는 마라케시 한적하고 조용하던 여행이 끝났다. 온 감각이 북적북적함을 느끼는 중이다. 여기는 마라케시(Marrakech). 광장을 에워싸고도 모자라 골목골목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없는 것 빼고 다 있을 것 같은 시장과 오렌지 주스로 유명하다. 모로코는 원래 오렌지 주스로 유명하지만 유독 마라케시의 오렌지 주스가 명물인 이유는 광장 중앙에 모인 수십 개의 오렌지 주스 가판대 때문이다. 전반적인 물가는 다른 도시에 비해 비싼 편이지만, 오렌지 주스만큼은 어디보다 싸다. 시장을 구경하다 No. 35 가판대에서 오렌지 주스를 한 잔 사 마신다. 더운 여름, 오렌지의 상큼함으로 체력을 보충하고 인파 가득한 시장 안으로 들어간다. #2. 일본 사람 아닙니다. 지친다. 날씨 때문도 .. 2020. 7. 7.
서랍6-5) 모로코 카사블랑카 - 카사블랑카의 세 소녀 20130426의 일기(2) 앞 이야기 : 20130426의 일기(1) #3. 카사블랑카(Casablanca)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봤으나 도시의 이름이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그 이름, 카사블랑카(Casablanca). 영화 ‘카사블랑카’로 유명하다는 이곳은 모로코의 수도인 듯 수도가 아닌, 마치 터키의 이스탄불, 호주의 시드니 같은 곳이라고 했다. 카사블랑카에 갈 예정이라는 내게, 혹은 카사블랑카를 다녀왔다는 내게 많은 이들이 영화 ‘카사블랑카’를 언급했다. 그들은 그 영화가 나의 카사블랑카 방문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궁금해했지만, 아쉽게도 난 그 영화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다. 난 그저, 이곳에 아름다운 모스크가 있다기에, 아부다비에서 셰이크 자이드 모스크를 보고 느낀 그 황홀함을 다시 느끼고 싶었을.. 2020. 7. 4.
서랍6-4) 모로코 카사블랑카 - 흥정, 그 미묘한 눈치싸움에 대하여 20130426의 일기 #1. 아날로그식 숙소 구하기 기차역 주위를 한 시간이나 헤맸다. 아실라의 숙소는 와이파이가 되지 않았던 탓에 본의 아니게 아무런 정보, 심지어는 숙소에 대한 정보도 없이 이곳 카사블랑카(Casablanca)에 오게 되었다. 꽤 큰 도시기에 기차를 내리면 다양한 숙박시설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어디까지나 예상이었을 뿐 한 시간을 헤맸어도 적당한 가격의 숙소는 보이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다시 기차역으로 발걸음을 돌리기로 했다. 기차역에서 나와 같은 배낭여행객을 마주친다면 그들에게 숙소 정보를 물어볼 참이다. 혹은 와이파이가 되는 카페나 식당을 알아보는 방법도 있다. 확실한 것은 나의 발품으로 적당한 숙소를 구하기는 어렵겠다는 것. 다양한 사람이 몰리는 기차역의 힘을 믿어 보.. 2020. 6. 15.
서랍6-3) 모로코 아실라 - 여기가 바로 파라다이스 20130425의 일기 #1. 다시 또 함께 모로코에서 맞는 두 번째 아침, 오늘도 역시 새벽의 고요함을 깨는 아잔(Azzan, 하루에 다섯 번 예배 시간을 알려주는 일종의 노래) 소리에 잠에서 깼다. 모로코에서 첫 아침을 맞았던 어제는 아잔 소리에 화들짝 놀랐더랬다. 방송을 통해 흘러나오는 경건함이 묻어나오는 목소리가 꼭 심각한 일이 터졌음을 알리는 것 같아 어찌나 조마조마했던지. 아잔의 존재와 기능을 알게 된 오늘은 덤덤하게 아잔 소리에 맞춰 몸을 일으킨다. 모로코에서 지내는 동안 아침 알람은 따로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 어제 Fouad는 내게 자신이 아침을 먹을 식당을 알려주었다. 그곳에서 아침을 먹고 있을 테니 나도 그곳으로 오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제 그에게 고백하지 않은 사실이 하나 있는데.. 2020. 6. 4.
서랍6-2) 모로코 아실라 - 세계 속의 대한민국 20130424의 일기 #1. 평화로운 바닷가 마을, 아실라(Assilah) 예정보다 하루 늦게 도착한 이곳, 아실라. 탕헤르 남쪽의 작은 바닷가 마을인 아실라는 모로코의 다른 도시에 비해 많이 알려진 여행지는 아니다. 그럼에도 이곳을 거쳐 간 여행객은 모로코 여행 중 가장 좋았던 곳으로 아실라를 꼽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이곳은 모로코 여행의 숨은 보석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이곳을 여행하는 특별한 방법은 없다. 그저 골목골목을 거닐며 평화로움을 즐기면 된다. 하얀 벽에 그려진 벽화를 구경하고, 담을 에워싼 넝쿨을 살피다 보면 길을 잃는다. 그렇게 길을 잃고 정처 없이 걷다가 지났던 곳을 다시 보면 또 새롭다. 목적지를 두지 않고 한가롭게 걷는 순간을 즐기는 것이 이곳을 여행하는 방법이다. #2. 세계.. 2020. 5. 25.
서랍6-1) 모로코 탕헤르 - Police와 밥을 먹는다고요? 20130423의 일기 #1. 여기는 모로코입니다. 일몰이 다가와 어둑한 그늘이 진 도로, 바삐 오가는 인파 속에 동양인 여자 한 명이 배낭을 메고 우두커니 서 있다. 예상치 못하게 이곳을 마주한 나는 지금 이 상황이 당황스럽다. ㄱ 오빠의 정보에 따르면 공항에서 바로 아실라(Assilah)로 가는 버스가 있어야 했다. 하지만 공항에서 아실라로 가는 버스는 찾을 수 없었고, 시간이 늦어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서는 탕헤르(Tanger) 도심으로 나오는 수밖에 없었다. 뾰족한 수 없이 버스 기사님이 내리라는 곳에 내렸고, 곧 인파에 휩싸였다.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속, 홀로 정지화면인 내게 호객꾼 한 명이 달라붙었다. 호객꾼과의 실랑이를 좋아하지 않지만, 그는 지금 나를 구해줄 단 하나의 동아줄이다. 호스텔을.. 2020. 5.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