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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여행 이야기/모로코

서랍6-4) 모로코 카사블랑카 - 흥정, 그 미묘한 눈치싸움에 대하여

by 서랍 속 그녀 2020. 6. 15.

20130426의 일기

#1. 아날로그식 숙소 구하기

  기차역 주위를 한 시간이나 헤맸다.

  아실라의 숙소는 와이파이가 되지 않았던 탓에 본의 아니게 아무런 정보, 심지어는 숙소에 대한 정보도 없이 이곳 카사블랑카(Casablanca)에 오게 되었다. 꽤 큰 도시기에 기차를 내리면 다양한 숙박시설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어디까지나 예상이었을 뿐 한 시간을 헤맸어도 적당한 가격의 숙소는 보이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다시 기차역으로 발걸음을 돌리기로 했다.

  기차역에서 나와 같은 배낭여행객을 마주친다면 그들에게 숙소 정보를 물어볼 참이다. 혹은 와이파이가 되는 카페나 식당을 알아보는 방법도 있다. 확실한 것은 나의 발품으로 적당한 숙소를 구하기는 어렵겠다는 것. 다양한 사람이 몰리는 기차역의 힘을 믿어 보기로 한다.

  기차역에 들어서는데 마침 함께 여행을 다니는 듯한 6~7명의 배낭여행객 무리가 보였다. 저들이라면 내가 원하는 수준의 숙소 정보를 알고 있을 것이다! 무리의 한 명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보기로 한다.

  카사블랑카를 떠나려는 참인 그들은 모스크 근처의 숙소에 머물렀다고 했다. 기차역에서 택시를 타고 가야 하는 거리지만, 마침 내가 이곳 카사블랑카에 온 목적인, 이곳에서 방문하고자 하는 모스크는 도보로 갈 수 있다니 위치는 좋다. 다인실이 하룻밤에 70DH(디르함, 9800) 이지만 오고 가는 왕복 택시비가 40DH(5600) 이라고 했다. 이 정도라면 나쁘지 않다. 그들에게 호스텔 주소와 이름을 받고 한껏 고마움을 표현하고는 다시 기차역을 나섰다.

사하라 사막으로 대표되는 모로코에서 드넓은 초원을 바라보니 왠지 어색하다.
아실라에서 카사블랑카로 가는 기차 안

#2. 흥정, 그 미묘한 눈치싸움에 대하여

  분명 왕복 택시비가 40DH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편도 택시비는 20DH이 되어야 마땅하다.

  첫 번째 택시기사를 마주했다.

  "50DH"

  너무하다.

  "15DH"

  이 택시기사, 나를 붙잡지 않는다. 왠지 불안해진다.

  15DH는 좀 과했는지 미련없이 나를 떠나 보낸 첫 번째 택시기사로 인해 약간 의기소침해진 와중에, 두 번째 택시기사를 만났다.

  "100DH"

  아니, 100DH은 정말 너무하다.

  흥정의 필요성도 느껴지지 않는다. 매몰차게 뒤돌아 가 버리는데, 그가 나를 다시 불러 세운다.

  "80DH"

  '하, 이 택시기사가 정말'

  또다시 외면해 버린다. 얼굴에 드러낸 단호한 표정과는 달리, 고무줄처럼 널뛰는 택시비에 불안함이 엄습한다. 이러다가 하룻밤 숙박비보다 비싼 돈을 편도 택시비로 쓰게 될지도 모르겠다.

  세 번째 택시기사가 나를 붙잡는다.

  얼굴에 미소를 띄지 않고, 무심하게 주소가 적힌 종이만 내민다.

  "30DH"

  웬걸, 얼굴에 피어오르려는 미소를 애써 감춘다. 이것으로 확실해졌다. 첫 번째, 두 번째 택시기사는 내게 엄청난 바자기를 씌우려고 했던 것임이. 그가 제시한 가격은 앞의 가격에 비해 매우 합리적이었으나 용기를 내어 마지막 흥정을 걸어본다.

  “25DH”

  앞의 경험으로 인해 소심해진 탓에 차마 20DH을 부르지는 못했음에도, 그는 나의 제안을 거절했다. 속으로 가슴이 철렁했으나 나도 아쉬운 게 없는 척 발걸음을 돌린다.

  한 걸음, 두 걸음…….

  "Hey!"

  나를 붙잡는 그의 목소리가 들린다.

  ‘됐다!’

  흥정 성공의 대가는 혹독했다. 하필이면 길이 막힌 탓에 택시기사는 숙소로 가는 길 내내 이 가격에 태워주면 자기만 손해라는 불평을 내뱉었고, 나는 가시방석에 앉은 마냥 내내 몸을 편히 앉히지 못했다. 돈을 지불하고 받는 서비스에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함이 억울하지만, 창밖을 내다보며 꾹 참는다. 애써 귀를 닫으며.

  그래도 덕분에 숙소에는 잘 도착했다. 어깨를 짓누르던 짐을 풀고, 침대에 자로 몸을 누였다. 낯선 곳에서 인터넷 없이 숙소를 잡는 것이 이리도 힘들다. 한 일이라고는 기차타고 카사블랑카로 넘어와 숙소를 잡은 것 뿐인데, 몸이 천근만근이다. 인터넷이라는 신문물에 새삼 감사하며,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다 보니 문득 한 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그래서 기차역에서 숙소까지 적정 택시비는 대체 얼마인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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