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런던6

서랍2-6) 영국 런던 - 하루가 23시간 일 때 20130331의 일기 #1. 하루가 23시간 일 때 여행을 시작한 지 일주일가량이 흘렀다. 처음 며칠은 알람도 없이 새벽 5~6시쯤 눈을 떴는데, 요 며칠은 그래도 8시쯤 눈을 뜨기 시작했다. 시차 적응을 하는 중이다. 오늘도 평소처럼 눈을 떴다. 시계를 보니 9시 30분이다. 오늘만 특별히 늦잠을 잔 것이 아니다. 3월 마지막 주 일요일인 오늘, 서머타임이 시작되었다. 눈을 떴을 뿐인데 한 시간을 잃어버린 나는, 이에 굴하지 않고 한껏 늑장을 부렸다. 하루가 23시간이 되었다고 해서, 내가 부지런해지지는 않는다. 그저 평소 리듬을 따를 뿐이다. #2. 누군가 경청해 준다는 것 여행을 시작한 지 일주일가량이 흘렀다. 그동안 나는 줄곧 혼자였다.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냈고, 내 부족한 발화량은 그.. 2020. 2. 17.
서랍2-5) 영국 런던 - 마이클 잭슨 'Thriller Live' 공연 20130330의 일기 #1. 돌, 사람 그리고 장사꾼 2004년 겨울, 나는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에 있다. 고모를 따라, 오빠와 함께 첫 해외여행이자 배낭여행을 왔다. 나는 13살, 오빠는 15살. 앙코르와트를 구경하고 사원 한 편에 걸터앉아 있는데, 오빠가 어딘가를 다녀오더니 탐색하고 온 내용을 쭈욱 늘어놓는다. 아까 어디에서는 물이 얼마였는데 여기는 얼마고, 저기는 얼마란다. 나는 질세라 같이 떠든다. 저 가족은 아까 어디서 마주쳤고, 저 아이는 나에게 인사를 해줬고, 누구는 이렇고 누구는 저렇다고. 2주 동안 우리를 데리고 다닌 고모가 마침내 말씀하셨다. 고모는 돌을 보러 왔는데, 나는 사람을 구경하고, 오빠는 장사꾼을 구경 한다고. #2. 사람 구경 오래전 고모의 말씀은 잊고 지냈다. 여행을 시.. 2020. 2. 16.
서랍2-4) 영국 - 런던에서 레미제라블을 20130329의 일기 #1. 오빠의 입대 전 마지막 소원 나는 삼 남매다. 두 살 많은 오빠, 일곱 살 어린 남동생. 그 사이의 나. 내가 유럽으로 떠나오기 두 달 전, 오빠는 입대를 했다. 서울에서 대학 생활을 하던 오빠는 입대를 앞두고 부산에 내려왔다. 오빠는 우리와 하고 싶은 게 있다고 했다. 영화 레미제라블을 봤는데, 너무 좋았단다. 그래서 우리 셋이 함께 영화를 한 번 더 보고 싶다고 했다. 입대 전 소원이라니, 이뤄주기로 했다. 처음으로 삼 남매가 나란히 영화관 의자에 앉았다. #2. 런던에서 공연을 우리나라의 대학로 느낌이려나. 런던의 극장가인 피카딜리 서커스(Piccadilly circus)에서 여러 극장을 돌다 보면, 공연 표를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밤에 야경 투어를 다녀.. 2020. 2. 15.
서랍2-3) 번외편 - 런던에서 길을 묻다. #1. 영어 공부가 제일 힘들었어요. 2010년 11월 17일. 나는 의자 깊숙이 등을 기댄 채, 두 다리를 책상에 올려놓고 있다. 수능을 하루 앞두고 마음이 심란하다.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부랴부랴 알파벳을 외웠다. b와 d, p와 q를 구별하는 것이 난관이었다. 영어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어서 중학교 3년 내내 교과서의 모든 문장을 외웠다. 80점 대의 점수를 유지하며 간간이 90점도 넘겼다. 고등학교 모의고사는 대비하기가 힘들었다. 교과서를 외우는 방법이 통하지 않아 뒤늦게 영어의 구조부터 공부해나갔다. 3등급 후반으로 시작해 꾸준히 성적을 올렸지만 3학년 마지막 모의고사까지 1등급을 받아보지 못했다. 6년간 내 발목을 잡아 온 영어기에, 수능 하루 전까지 영어가 걱정이다. 걱정되는 마음과는 달리 영.. 2020. 2. 13.
서랍2-2) 영국 런던 - 횡단보도를 건너는 방법 20130328의 일기 #1. 습관이라는 것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 앞이다. 오른쪽에서 달려오던 차가 점점 속도를 늦춘다. 나는 그 차가 천천히 지나갈 수 있도록 기다려준다. 차가 멈췄고, 나도 멈췄다. 아무도 횡단보도를 건너지 않는다. 어색한 기다림 뒤 내가 먼저 조심스레 발걸음을 내딛는다. 차는 여전히 조용하게 멈춰 서있다. 버스 정류장이다. 나는 기다리는 버스가 오는지 확인하기 왼쪽을 보며 서성이고 있다. 기다리던 버스의 뒤꽁무니가 점점 작아진다. 보행자인 내가 지나가는 차를 먼저 배려하는 것, 왼쪽을 보고 서서 버스를 기다리는 것, 길을 건널 때는 왼쪽-오른쪽 순으로 고개를 돌리는 것. 모두 교육의 산물이겠지만 이제는 무의식적인 습관일 뿐이다. 버스를 타고, 길을 건너는 것은 너무 일상적이어서, .. 2020. 2. 12.
서랍2-1) 영국 - 런던에 도착하다 20130327의 일기 #1. 52시간째 이동 중 부산 집을 떠나 서울행 버스에 몸을 실으면서 나의 여정은 시작되었다. 오후 5시에 서울에 도착해서 고모와 저녁을 먹었다. 이후 공항에서 대기하다가 새벽 1시에 아부다비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9시간 30분의 비행을 마친 뒤에는 아부다비에서 22시간을 머물렀다. 그리고 또다시 아부다비에서 런던으로 8시간을 비행했다. 부산에서 서울로 버스 4시간 30분, 서울에서 아부다비로 비행기 9시간 30분, 아부다비에서 런던으로 비행기 8시간. 순수 이동 시간만 22시간. 그리고 서울에서는 8시간을, 아부다비에서는 22시간을 머물렀다. 나는 52시간째 이동 중이다. 몽롱해져 가는 정신을 힘겹게 붙잡고 그 까다롭다는 런던 히드로 공항의 입국 심사를 통과했다. 여기가 어디인.. 2020. 2.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