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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여행 이야기/영국

서랍2-1) 영국 - 런던에 도착하다

by 서랍 속 그녀 2020. 2. 11.

20130327의 일기

#1. 52시간째 이동 중

  부산 집을 떠나 서울행 버스에 몸을 실으면서 나의 여정은 시작되었다. 오후 5시에 서울에 도착해서 고모와 저녁을 먹었다. 이후 공항에서 대기하다가 새벽 1시에 아부다비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9시간 30분의 비행을 마친 뒤에는 아부다비에서 22시간을 머물렀다. 그리고 또다시 아부다비에서 런던으로 8시간을 비행했다. 부산에서 서울로 버스 4시간 30, 서울에서 아부다비로 비행기 9시간 30, 아부다비에서 런던으로 비행기 8시간. 순수 이동 시간만 22시간. 그리고 서울에서는 8시간을, 아부다비에서는 22시간을 머물렀다. 나는 52시간째 이동 중이다. 몽롱해져 가는 정신을 힘겹게 붙잡고 그 까다롭다는 런던 히드로 공항의 입국 심사를 통과했다. 여기가 어디인지, 내가 누구인지 모르겠다.

  이제는 침대에 몸을 온전히 누이고 싶다.

#2.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올바른 방법

  첫 숙소는 한인 민박으로 잡았다. 체크인 시간 전에 도착했지만, 사장님께서는 오랜 시간 이동한 내가 바로 씻을 수 있게 배려를 해주셨다. 52시간의 이동 끝에 마침내 몸을 제대로 씻었다. 처음 마주한 뿌연 석회수는 느낌이 이상했다. 어색하게 세수를 하는데, 눈두덩이가 따끔따끔하다. 이 따끔따끔함, 익숙한 통증이다. 눈두덩이에서도 이 통증을 느낄 수 있을 줄은 몰랐다. 익숙한 통증이 낯선 곳에서 시작되었다.

  나는 피부가 약하다. 몸 어디든 상처가 나면 잘 아물지 않는다. 무언가에 물리면 부어오른다. 다른 사람과 같은 시간 햇빛에 노출되어도 나는 더 심한 화상을 입고, 허물을 벗어낸다. 그래서 자외선 차단제를 꼼꼼하게 바르는 것은 필수다. 20여 년을 살면서 빨갛게 화상 입어보지 않은 곳이 없다고 생각했다. 한 번 화상 입어 본 곳은 다음 해에 더욱 철저하게 방어했고, 오랜 시간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왔기에 나는 이제 자신 있었다.

  하지만 눈두덩이는 방심했다. 그렇게 나는 여행 하루 만에 판다가 되었다.

  자외선 차단제는 눈두덩이까지 꼼꼼하게 발라야 한다.

#3. 유럽 여행의 시작

  아부다비는 번외 편이다. 내가 계획한 유럽여행의 진짜 시작은 런던이다. 하지만 52시간을 이동한 나는 일단 누웠다. 잠을 잤다. 사실은 더 자고 싶었다. 숙소의 다른 여행객들이 런던에서 이런 햇살을 보기는 정말 힘들다며, 산책이라도 다녀오라고 성화를 부렸다. ‘어쩔 수 없이잠시 하이드 파크에 다녀왔지만 다시 침대에 몸을 뉘었다. 그렇게 런던에서의 첫날이 저물었다.

  런던에 왔지만 대영 박물관은 안 가는, 숙소 여행객들이 건네주는 정보를 귀동냥으로 하루하루 일정을 짜는, 정해진 일정도 없지만 정한 일정도 굳이 지키지 않는, 게으르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나의 유럽 여행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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