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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여행 이야기/영국

서랍2-5) 영국 런던 - 마이클 잭슨 'Thriller Live' 공연

by 서랍 속 그녀 2020. 2. 16.

20130330의 일기

#1. , 사람 그리고 장사꾼

  2004년 겨울, 나는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에 있다. 고모를 따라, 오빠와 함께 첫 해외여행이자 배낭여행을 왔다. 나는 13, 오빠는 15. 앙코르와트를 구경하고 사원 한 편에 걸터앉아 있는데, 오빠가 어딘가를 다녀오더니 탐색하고 온 내용을 쭈욱 늘어놓는다. 아까 어디에서는 물이 얼마였는데 여기는 얼마고, 저기는 얼마란다. 나는 질세라 같이 떠든다. 저 가족은 아까 어디서 마주쳤고, 저 아이는 나에게 인사를 해줬고, 누구는 이렇고 누구는 저렇다고.

  2주 동안 우리를 데리고 다닌 고모가 마침내 말씀하셨다. 고모는 돌을 보러 왔는데, 나는 사람을 구경하고, 오빠는 장사꾼을 구경 한다고.

#2. 사람 구경

  오래전 고모의 말씀은 잊고 지냈다. 여행을 시작하고 며칠이 흐르자 고모의 말씀이 불현듯 떠올랐다. 나는 자꾸 어딘가에 앉아 주변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누군가를 빤히 쳐다보지는 않는다. 그저 내 시야에 들어오는, 그 풍경을 이루는 사람들의 모습이 좋을 뿐이다. 유럽 여행의 좋은 점은 광장, 공원, 길거리 카페가 많다는 점이고, 나는 그런 곳에 앉아 놀러 온 사람, 쉬는 사람, 바삐 지나가는 사람을 구경했다.

  오늘도 나는 내셔널 갤러리 앞의 광장에 앉아 사람 구경을 하고 있다. 오후 4시 공연을 예매하고, 기다리는 중이다.

  한 중년 남성이 옆에 와서 앉는다. 가볍게 말을 걸어온다. 가볍게 말을 받아준다. 이내 저녁에 뭐 하냐며, 파티에 함께 가지 않겠냐고 묻는다. 자리를 뜰 때가 됐다. 바쁘다며 발걸음을 옮긴다. 나는 좋은 안식처를 잃었다.

#3. Thriller live 공연

  뮤지컬을 보고 싶다. 어제는 뮤지컬 대신 영화를 봤으니, 오늘은 정말 뮤지컬을 보고 싶다. 마땅한 작품과 마땅한 시간, 마땅한 좌석, 마땅한 가격을 찾아 극장가를 도는 중이다. 길을 걷는데 마이클 잭슨의 포스터가 눈에 들어온다. 평소 마이클 잭슨의 팬은 아니었지만, 그 포스터에 꽂혔다. 홀린 듯 극장으로 들어갔다. 마침 맨 앞에서 두 번째 줄, 가운데 좌석이 비어있단다. 가격은 62.5. 생각만큼 싸지는 않고, 이 공연을 보면 난 며칠을 굶어야 하지만 좋다. 큰맘 먹고 표를 구매했다.

  Thriller live는 뮤지컬보다는 라이브 쇼에 더욱 가깝다. 마이클 잭슨의 음악을 메들리로 들려준다. 기대했던 뮤지컬 형식의 공연이 아니지만, 영어에 대한 부담 없이 공연을 즐길 수 있어서 결과적으로는 더 좋았다. 무대 바로 앞에서 공연을 보니 배우들의 숨소리, 땀방울 하나까지 모두 보였다. 나와는 같은 종족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그들이 몰아쉬는 거친 숨소리에서 공연에 대한 그들의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마이클 잭슨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어린 배우의 실력도 수준급이었고, 무엇보다 춤추고 노래하는 사람의 모습이 이토록 매력적일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어디서든 이 공연을 다시 볼 기회가 생긴다면, 꼭 다시 한번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던 공연.

  이날 이후로 나는 종종 마이클 잭슨의 노래를 찾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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