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라케시3

서랍6-8) 모로코 마라케시 - 여행 한 달 차, 여행과 일상 사이 20130428의 일기 #1. 여행 한 달 차, 여행과 일상 사이 141일의 여행을 시작한 지 한 달 하고 이틀이 흘렀다. 여행이 길어지다 보니 슬슬 여행이 일상 같고 일상이 여행 같다. 여행과 일상 사이, 여행 같은 일상, 일상 같은 여행. 그냥 낯선 곳에 있는 이 상황이 익숙하달까. 마치 언제나 이런 삶을 살았다는 듯이 하루하루를 보낸다. 다인실 숙소에서 눈을 뜨고, 뭉그적거리다가 밖을 나선다. 특별히 어디를 가는 날도 있고 그저 방랑자처럼 돌아다니는 날도 있고. 숙소나 길거리에서 만난 낯선 사람과 나누는 가벼운 대화도 익숙해졌다. 매번 바뀌는 잠자리나 다인실 숙소가 딱히 불편하지 않아서 여행이 체질인가 싶다가도, 원체 여기저기 열심히 다니지 않아서 여행은 내 체질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무튼, 여.. 2020. 7. 14.
서랍6-6) 모로코 마라케시 - 일본 사람 아닙니다. 20130427의 일기 #1. 여기는 마라케시 한적하고 조용하던 여행이 끝났다. 온 감각이 북적북적함을 느끼는 중이다. 여기는 마라케시(Marrakech). 광장을 에워싸고도 모자라 골목골목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없는 것 빼고 다 있을 것 같은 시장과 오렌지 주스로 유명하다. 모로코는 원래 오렌지 주스로 유명하지만 유독 마라케시의 오렌지 주스가 명물인 이유는 광장 중앙에 모인 수십 개의 오렌지 주스 가판대 때문이다. 전반적인 물가는 다른 도시에 비해 비싼 편이지만, 오렌지 주스만큼은 어디보다 싸다. 시장을 구경하다 No. 35 가판대에서 오렌지 주스를 한 잔 사 마신다. 더운 여름, 오렌지의 상큼함으로 체력을 보충하고 인파 가득한 시장 안으로 들어간다. #2. 일본 사람 아닙니다. 지친다. 날씨 때문도 .. 2020. 7. 7.
서랍1-0) 여행의 시작 20130326의 일기 #1. 출발 아빠는 여행 잘 다녀오라는 말씀을 남기시고 평소처럼 출근을 하셨다. 엄마는 나를 버스터미널에 데려다주겠다고 하셨다. 버스로도 15분이면 가는 거리를 엄마와 함께 차를 타고 갔다. 터미널로 가는 길은 평소와 같았다. 그냥 무덤덤했고, 별일 없다고 느꼈다. 엄마와 인사를 나누고 버스에 올라탔는데 별안간 눈물이 났다. 손을 흔드는 엄마의 모습이 점점 멀어지자 그제야 내가 벌린 일이 어떤 일인지 실감이 났다. 여행 준비도 필요 없고, 떠나기만 하면 어떻게든 잘 될 거라고 당당하게 외치던 나는 사라지고, 멀어져 가는 엄마 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나만 남았다. 비행기 표만 들고 떠나겠다고 했던 나의 호기로움이 무색하게 온갖 걱정이 끊이질 않아 버스에서 내내 잠을 뒤척였다. ‘.. 2020. 2.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