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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2

서랍6-14) 모로코 페스 - 눈을 떠보니 식당이었다. 20130502의 일기 #1. 눈을 떠보니 식당이었다. 깊은 잠에서 깼다.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키는데, 낯선 이들과 눈이 마주쳤다. “Hi, good morning!” 눈이 마주친 그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무심한 듯, 아무렇지 않은 듯, 살짝 머쓱한 듯. 테라스에서 눈을 뜨는 일은 별일 아니라는 듯. 하룻밤을 보낼 테라스가 본디 식당이라는 얘기는 어제 숙소 직원에게 얼핏 들은 것도 같다. 이 장소가 식당이라는 게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이 되지 않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지만, 이제 그 문장이 가지는 의미를 알겠다. 잠은 테라스에서 잤지만, 눈은 식당에서 뜬다는 것. 나에게는 침대인 소파가 그들에게는 식당 의자라는 것. 침대였던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 소파를 의자 삼아 앉고 자연스럽게 아침 .. 2020. 10. 1.
서랍6-13) 모로코 페스 - 제가 한 번 자보겠습니다, 테라스에서 20130501의 일기 #1. 사막의 아침 별똥별 쏟아지던, 낭만 가득했던 사막의 밤이 지나고, 아침이 밝았다. 일몰을 보며 들어간 사막을 일출을 보며 나왔다. ‘아, 화장실’ 또다시 낙타의 등에 기대 터덕터덕 사막을 빠져나오는 내 기분이다. 장장 12시간 넘게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했다는 현실이 내 생애 이 아름다운 풍경을 다시 볼 수 있을까 하는 감상을 이겼다. 민트향 가득 뿜은 양치, 몸 구석구석 자리 잡은 모래알을 뽀드득뽀드득 씻어낼 수 있는 샤워, 그리고 무엇보다 화장실 그 자체. 너무 간절하다. 사막과 헤어지는 지금, 나는 무엇보다 화장실이 간절하다. #2. 제가 한 번 자보겠습니다, 테라스에서 141일의 여행에 ‘계획’도, ‘정보수집’도 없다. 장기 여행인지라 계획을 세우려면 끝도 없을 것 같.. 2020. 9.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