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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여행 이야기/UAE

서랍1-1) UAE - 아부다비에 도착하다

by 서랍 속 그녀 2020. 2. 9.

20130326의 일기(1)

#1. 안경을 쓰고 있네?

  아부다비. 아랍의 어느 도시. 석유 부자. 내게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던 그곳에 도착했다. 나는 이곳에서 22시간을 보내야 한다. 내 여행의 첫 도시인 셈이다.

  새벽 1시에 출발하여 9시간 30분을 비행했지만, 아부다비는 아직 새벽 530분이었다. 몽롱한 정신을 붙잡고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transfer’ ‘arrivals’의 갈림길을 맞닥뜨렸다. 난 환승을 하러 이곳에 왔다, 하지만 난 공항 밖으로 나갈 것이다……. 잠깐 서성이다가 ‘transfer’로 향했고, 뉴스에서만 보던 하얀 칸두라를 입은 남성이 나를 맞이해주었다. 쭈뼛쭈뼛 상황을 설명했더니 그는 여권을 보여달라고 했다. 여권 사진을 들여다보던 그는 매우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사진에는 안경을 안 쓰고 있는데, 지금은 안경을 쓰고 있네?”

  헐, 아랍 국가는 이런 것도 문제가 되는 건가?

  안경을 벗어 보여야 되나? 찰나의 순간에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big problem”이라고 했다. 멍한 눈빛으로 그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는 너털웃음을 짓고 있었다. , 그의 농담에 당한 거다. 긴장이 풀렸고, 헛웃음이 났다. 그는 나를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해주었고, 무사히 입국 심사대를 지날 수 있었다.

 

#2. 원근감이 느껴지지 않을 때

  세이크 자이드 모스크. 흔히 그랜드 모스크라고 불리는 이곳은 세계 3대 모스크 중 하나이다. 공항 직원의 도움으로 지도도 얻고, 그랜드 모스크로 가는 방법도 찾았다. 직원은 택시를 권유했지만, 나는 경비가 부족하다고 했고, 그는 그럼 버스를 타고 가되 버스 기사에게 무조건 그랜드 모스크에서 가장 가까운 정류장에 내려주세요.’라고 말하라고 했다. 나를 걱정스러운 얼굴로 바라보는 그에게 나는 패기 좋게, "괜찮다, 잘 걷는다."라고 웃으며 답했다.

   공항 직원의 조언대로 나는 버스를 타자마자 기사님께 "그랜드 모스크와 가장 가까운 정류장에 내려주세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기사님이 내려주시는 곳에 내렸을 때, 내 눈앞에는 순백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웅장한 모스크가 서 있었다. 설렜다.

   비행의 피로도 잊은 채 모스크를 향해 걸었다. 5, 10, 15, 20분을 걷고 나서야 깨달았다. ‘Grand의 분명한 의미를, 그와 나 사이의 거리를. 그렇게 땡볕에서 30분을 넘게 걷고도, 너무 웅장한 나머지 입구를 찾지 못해 또다시 방황했다. 공항 직원의 걱정스러워하던 얼굴이 떠올랐다. 그는 괜한 걱정을 해준 게 아니었다.

   입구를 찾아 방황하는 나에게 한 남성이 “Excuse me”하며 다가왔다. 모스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달란다. 흔쾌히 사진을 찍어주고, 내 사진도 한 장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혼자 여행을 하다 보면 내 얼굴이 박힌 사진 한 장, 한 장이 아쉬울 테니까.

   그가 입구를 찾고 있냐고 물었다. 자기가 태워다 주겠단다. 여행객이, 그것도 혼자 여행을 하는 여행객이, 그것도 여자가 절대 하면 안 되는 선택이라는 걸 너무 잘 알지만, 그의 제안은 거절하기에 너무 달콤했다. 에라 모르겠다, 잠시나마 다리를 풀고, 에어컨 바람을 즐겼다.

세계 3대 모스크 중 하나인 아부다비의 세이크 자이드 모스크의 전경

 

#3. 드디어 세이크 자이드 모스크

   처음에는 순백의 아름다움이 이 모스크를 묘사하기 위해 만들어진 표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이곳의 아름다움을 말로 표현할 방법은 없다. 사진기에 담을 방법도 없다. 오롯이 눈에 담고, 기억하는 수밖에는 없다. 그만큼 아름답다.

   입구에서 나눠주는 히잡을 입고, 머리를 가리고, 신발과 양말을 벗고 조심스럽게 사원 안으로 들어갔다. 조용히 웅장한 분위기를 느끼고 싶었지만, 그러기에 이곳은 너무 유명했다. 수많은 관광객이 만들어 내는 소리 울림에 지쳐, 금방 밖으로 나왔다. 천천히 주변을 거닐다가 다리가 아파서 정원 벤치에 자리를 잡았다.

   정원에도 사람이 많았다. 모두 가족과, 연인과, 친구와 함께였다. 문득 나만 혼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눈앞의 풍경을, 이 감정을 함께 나누는 그들이 부러웠다. 햇살을 받으며 그들을 바라보다가, 그렇게 살짝 잠이 들었다.

세이크 자이드 모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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