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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여행 이야기/모로코

서랍6-10) 모로코 사하라사막 - 낭만적이기보다는 현실적

by 서랍 속 그녀 2020. 7. 31.

20130430의 일기

#1. 안녕, 사하라사막

  하루하고도 반나절을 더 달렸다. 계속된 이동에 정신이 혼미해져 갈 때쯤, 흐리멍덩한 눈으로 마주한 사하라사막. 무엇을 기대했는지 모르겠다. ‘! 여기부터 사하라사막이야.’라는 표지판을 기대한 건지, 사막 시작을 알리는 장승이라도 서 있기를 기대한 건지. 아무튼, 아무런 표식 없이 어느 순간 눈 앞에 펼쳐진 사하라사막이 얼떨떨했다.

  아, 이게 교과서로만 보던 그 사하라사막이구나.

  너를 보기 위해 이제껏 달려왔구나.

  차에서 낙타로 옮겨 탔다. 터덜터덜 낙타의 리듬에 몸을 맡기고 지평선 너머에 시선을 둔다. 일몰이 사막을 감쌌다. 오늘 밤, 이곳에서 사막 하늘을 바라보며 하룻밤을 보낸다.

교과서에서 본 그 모습 그대로인 사하라사막
사막을 맞이하는 올바른 복장. 역시 현지인은 다르다.

#2. 낭만적이기보다는 현실적

  사하라사막은 아름다웠다. 모래에 반사된 일몰이 부드럽게 일렁거렸고, 손에 닿는 촉감도 부드러웠다. 내가 기대했던 그 사막의 모습이 맞았다.

  사진으로만 봐서 그림 같은 모습만 떠올렸다. 그 그림 안으로 들어오니 눈을 뜨기 힘들게 하는 모래바람과 모래바람, 또 모래바람이 있었다. 사막에 오겠다며 마라케시 시장에서 알라딘 바지를 샀더랬다. 사막 체험용 복장으로 막 입고 버릴 수 있게. 잘한 선택이었다. 근데 정작 더 중요한 걸 빼먹었다. 바로 스카프. 속절없이 내놓은 얼굴에 모래알이 타닥타닥 달라붙는다. 얼굴에는 뭐 이렇게 뚫린 구멍도 많은지, 눈에 들어갔다, 코에 들어갔다, 입에 들어왔다, 난리다. 학창 시절에 공부를 좀 더 열심히 할걸, 그랬으면 교과서에 실린 사하라사막 사진 옆에는 항상 사막 기후와 의생활사진도 실려 있었다는 걸 기억했을 텐데. 그랬으면 스카프 하나쯤은 챙겨왔을 텐데.

  하지만 모래바람은 시작이었을 뿐, 더 큰 문제가 눈앞에 닥쳤다. 사막 위에 덩그러니 놓인 대형 텐트 하나. 그게 이 사막에서 찾을 수 있는 단 하나의 문명의 흔적이다. 화장실? 그런 건 없다. 텐트 밖, 드넓은 사막이 곧 화장실이란다.

  사막에서 1박을 할 때는 씻을 수 없다는 공지를 미리 받았기에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씻을 수 없다가 곧 화장실도 없다인 줄은 몰랐다.

  낭만을 즐기러 사막에 왔지만,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이 나를 먼저 반겨주었다.

  오늘 밤, 난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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