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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여행 이야기/모로코

서랍6-11) 모로코 사하라사막 - 무엇이든 답변해 드립니다.

by 서랍 속 그녀 2020. 8. 6.

20130430의 일기(2)

앞 이야기 : 20130430의 일기 (1)

#3. 무엇이든 답변해 드립니다.

  사막 한가운데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하룻밤을 보낼 텐트를 등지고, 간이 테이블에 앉아 저녁 식사가 준비되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어느새 해가 져 어둑어둑한 주위를 둘러보며, 아무리 눈동자를 굴려도 화장실 따위는 없는 현실을 받아들였다. 저녁 식사를 앞두고, 물을 마시면 안 된다, ! 마실 물도 없지’, ‘화장실 가고 싶으면 어떡하지?’를 고민하는데, 건너편에 앉은 한 아주머니가 내게 관심을 보여왔다.

  “어디서 왔어요?”

  “한국에서 왔어요.”

  “, 한국 사람 만나면 묻고 싶은 게 있었어요!”

  한국인 Q&A 응답 전문 여행객으로서, 이번에는 어떤 질문일지 궁금하다.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질문하시라는 신호를 보낸다.

  자기 친구가 어딘가에서 한국인은 밤에 잘 때 선풍기를 켜고 자면 죽는다고 믿는 속설이 있다는 얘기를 들어왔단다. 한국에 정말 그런 속설이 있는지, 왜 그런 속설이 생겼는지 정말 궁금했단다.

  웃음이 빵 터졌다. 보통 내게 물어온 질문은 대게 북한을 어떻게 생각하냐’, ‘특정 연예인 좋아하냐’, ‘일본과 사이가 안 좋냐정도였다. 근데 밤에 선풍기를 켜고 자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니! ‘선풍기를 켜고 자면 안 돼!’라는 우리만의 비밀을 외부에 알린 사람이 누군지 궁금해졌지만 웃음을 거두고 진지하게 프로 응답인으로서의 자세를 취한다.

  일단, 한국인은 밤새 선풍기를 켜 놓고 자면 죽을 수도 있다고 믿는 게 맞음을 인정하고, 나 또한 미신인 것을 알지만 밤새 선풍기를 켜고 자는 것은 왠지 모르게 찜찜해서 항상 타이머를 맞춰놓는다고 말했다. 미신인지라 언제부터 시작된 것인지, 미신이 퍼진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는 말로 서두를 장식한 뒤, 미신의 이유에 대한 나름의 설명을 덧붙인다. 닫힌 공간에서 선풍기를 켜고 자면 선풍기 바람에 의해 우리 주변의 공기가 날아가 자는 동안 숨이 막혀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 또한 죽는다까지는 아니어도, 밤에 선풍기를 켜고 자면 감기 걸려서 별로 안 좋다고 생각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래저래 아마 대다수 한국인은 밤새 선풍기를 켜고 자지는 않을 것 같다고.

  아주머니가 고개를 끄덕인다. 허무맹랑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유를 들어보니 납득이 간단다. 이번 질문도 답변 완료.

  여기는 사하라사막, 한 이탈리아인 아주머니와 한 한국인이 선풍기에 얽힌 지극히 한국적인 미신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고, 저녁 식사를 시작한다.

해가 졌다.
카메라도 모래바람의 공격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하룻밤을 보낼 천막과 저녁 식사 자리
저녁 식사. 모로코 전통음식인 닭고기 타진(Tajin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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