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504의 일기
#1. 파란 나라를 보았니?
파란 나라를 보았니 꿈과 희망이 가득 찬 파란 나라를 보았니 천사들이 사는 나라 |
꿈과 희망이 가득 찬 파란 나라가 실제 한다면 분명히 이런 모습일 것이다. 일명 블루시티(blue city)로 불리는 이곳은 셰프샤우엔(Chefchauen), 어느덧 모로코 여행에서의 마지막 도시이다. 모로코 도착 첫날, 겁에 질려있는 나와 함께 저녁을 먹어 주었던, Police라 굳게 믿었으나 Police가 아니라 Polish였던 그 커플이 가장 기대된다고 했던 곳이기도 하다.
그동안 지나온 모로코의 많은 도시는 채도가 낮았다. 어느 곳에서든 어느 색이든 묘하게 ‘사막의 색’이 더해져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밝고 톡톡 튀는 느낌보다는 차분하고 정적인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이곳 셰프샤우엔은 다르다. 쨍한 파란 빛 덕분에 생동감이 강하게 느껴진다. 좁은 골목길을 걷다 보면 환상의 세계로 넘어가는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사실,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여행 친구들을 많이 만난 덕에 모든 게 더 예쁘고 밝아 보인 것일 수 있다. 어제는 마라케시에서 만났던 ㄴ과 ㄷ을, 오늘은 새로운 또래 한국인들을 만났다. 다시 만나자고 약속한 것은 아니었지만 서로의 일정상 이곳에서 다시 마주칠 수는 있겠다고 생각했던 ㄴ과 ㄷ을 다시 만나서, ㄴ과 ㄷ을 떠나보내고 살짝 울적하던 차에 새로운 또래 한국인들을 만나서 기분이 좋았다.
처음 만난 그들과 처음 만난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끊임없이 수다를 떨며 작은 동네를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길을 잃어서, 길을 잃지 않아서 갔던 곳을 반복해서 돌며 이곳을 마지막으로 모로코를 떠나야 하는 아쉬움을 달랬다.
#2. 여섯 번째 서랍의 문을 닫다.
전망이 좋은 테라스에 앉아 민트티를 마시고 있다. 모로코에서 보낸 2주 동안 해가 진 후에 밖에 나와 있던 적이 없다. 해가 진 후에 숙소 밖을 돌아다니지 않는 것, 무사히 여행을 마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였다. 오늘, 잠시 걱정을 내려놓고 처음으로 저녁 풍경을 즐기는 중이다.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한 지금 이 마음이 모로코에 익숙해져서인지, 또래 한국인들과 함께여서 인지는 모르겠다. 잔뜩 겁먹은 채 여기저기를 의심스러운 눈으로 살펴보던 첫날 밤이 겹쳐 지나간다. 그때는 정말 몰랐다. 첫인상부터 나를 겁먹게 했던 이곳 모로코에서 꿈과 희망이 가득 찬 파란 나라를 마주할 줄은. 역시 무엇이든 마주해봐야 한다. 그래야 안다, 진짜 모습을.
처음 한국을 떠날 때만 해도 내가 아프리카 땅을 밟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정말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덕분에 사막의 밤하늘도 보고 테라스에서 잠도 자 봤다. 여섯 번째 서랍을 닫아야 하는 지금, 나를 홀린 듯 이곳으로 이끌었던 그 말이 떠오른다.
“그래도 유럽에 왔는데 모로코는 가 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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