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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여행 이야기/아이슬란드-로드트립

서랍5-1) 아이슬란드 - 내 나이가 어때서?

by 서랍 속 그녀 2020. 3. 19.

20130417의 일기

#1. 남아 있지 않은 이름

  아이슬란드 로드트립을 위해 5명이 모였다. 호주에서 온 Jono를 중심으로 오스트리아에서 온 Steffi, 일본에서 온 A, 덴마크에서 온 한 아주머니, 그리고 나.

  새로운 사람을 만난 날은 일기에 그 사람의 이름부터 적는다. 하지만 일기 어디에도 일본인 A의 이름이 남아 있지 않다. 그 이유를 모르겠다. 그의 얼굴이 나온 사진을 화면에 띄워놓고 한참동안 기억을 더듬어 본다. 무려 7년 전의 일이기에 역시나 떠오르지 않는다. 잊혀진 그의 이름이 아쉽다. 반면, 덴마크 아주머니의 이름을 남겨놓지 않은 이유는 분명하다. 일기에 그 이름을 남겨놓고 싶지 않았던 그때의 감정이 다시 떠오른다.

  감정의 골이 시작되던 첫 만남부터 이야기를 시작해보려고 한다.

#2. 내 나이가 어때서

  로드트립 첫날, 이른 아침부터 숙소 앞에 모였다. 조금은 어색하게 서로 인사를 주고받고, 서로의 짐을 차 트렁크에 차곡차곡 쌓았다. 어색함은 차차 풀어나가기로 하고, Jono가 운전대를 잡고 출발했다.

  선 출발, 후 소개이다. Jono가 서로의 나이를 짐작해보자고 했다. 서양인 3명과 동양인 2명이 모였다. 인종이 다르면 서로의 나이를 짐작하기 어렵다. 현재 학생인지, 직장인인지, 이곳에 어떻게 왔는지, 과거 여행 경험은 무엇이 있는지 등의 질문이 오고 갔다. 그 사람의 외형과 그 사람이 가진 배경을 바탕으로 한 명, 한 명 나이를 맞춰나갔다. 오차 범위는 넓지 않았다. ±2 정도. 어색한 분위기가 점차 풀리기 시작한다. 이번엔 내 차례, 한국 나이로 22, 만 나이로 20세인 나를 설명해주는 배경은 대학교 휴학 후 유럽 배낭여행 중이라는 것. 학생이라는 나의 배경과 얼굴에 남아 있는 사춘기 시절의 여드름 자국, ‘어려 보이는느낌으로 내 나이는 ‘20대 초반으로 좁혀졌다.

  짐작한 나이가 맞다며, 20세라고 나이를 밝혔다. 모두 나이를 맞췄음을 기뻐하는데, 덴마크에서 온 아주머니가 고개를 돌려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말을 건넨다.

  “다른 아시아인들은 어려 보이던데, 넌 왜 어려 보이지 않니?”

  그리고 이어지는 한 마디

  “넌 정말 20살처럼 보이지는 않는데?”

  흠, 초등학교 6학년 때 버스 기사님께 혼난 적이 있다. 어린이 요금을 냈다는 이유로. 그때 이미 키가 165cm였다. ‘성숙해 보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랐다. 누군가가 나를 실제 나이보다 많게 보는 일은 익숙하다. 인정한다, 동안은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누군가를 놀라게 할 만한 노안도 아니다. 정말로. 그리고 무엇보다 저 반응은 무례하다.

  기분이 상했다. 하지만 그저 옅은 미소를 지으며 “20살이 맞다, 한국 나이로는 22살이다.”라고 답해주었다. 굳이 한국 나이를 언급해주며, 그 아주머니의 머리에 각인된 ‘Twenty’라는 단어가 준 충격을 해소해주고자 나름의 노력을 해보았다. ‘한국은 나이를 다른 방법으로 센다, 자연스러운 화제 전환을 시도한 것이기도 하다. 아주머니의 무례함에 힘겹게 풀었던 분위기가 다시 냉각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아무렇지 않은 척, 한국 나이와 만 나이를 비교하며 한국식 나이에 대한 대화를 이어간다.

  잠시 차를 세우고 몸을 풀기로 한다. 뛰어난 자연경관에 감탄하며 몸을 푸는 중이다. 몸 구석구석을 늘려주는데, 그 덴마크인 아주머니가 굳이 나에게로 다가왔다. 나의 팔에 손을 얹고, 매우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듯이 미간을 찌푸린 채 나의 얼굴을 들여다보더니 기어코 다시 묻는다.

  “27살은 되어 보이는데, 정말 20살이 맞니?”

  그 아주머니의 나이는 39, 사실 나도 아주머니가 45세는 될 것이라고 짐작했다. 하지만 나는 내 생각을 입 밖에 꺼낸 적은 없다. 다시 기분이 상한다.

  첫 만남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기분이 상한 와중에도 아이슬란드의 풍경은 멋졌다.
다리가 짧은 아이슬란드 말의 습격으로 잠시 차를 세울 수 밖에 없었다.
Steffi와 아이슬란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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