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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여행 이야기/아이슬란드-워크캠프

서랍4-8) 아이슬란드 - 히치하이킹 도전기

by 서랍 속 그녀 2020. 3. 10.

201030411의 일기

#1. 하이킹

  지지난밤, 즐거웠던 달밤의 사진 놀이는 약한 후유증을 남겼다. 어제는 내내 코를 훌쩍이고 힘겹게 침을 삼켰는데, 오늘은 그나마 좀 낫다.  ㄱ 오빠, Lois와 하이킹을 가기로 한 날인데, 고민이다. 갈까, 말까. 마음은 망설이고 있는데 몸은 주섬주섬 하이킹 갈 준비를 하고 있다. 높고 험난한 산은 아니라고 하니, 함께 다녀오기로 한다.

  한 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나왔다. 산의 정상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비교적 낮고 평탄해 보이는 산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나라 산과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저 멀리 듬성듬성 나무가 보이는, 그저 돌과 모래뿐인, 말로만 듣던 민둥산이다. 국토의 70%가 산인 나라에서 왔기에, 이 정도 산은 문제없다. 등굣길에 마주하는 언덕 정도의 느낌이다. 우리는 빠르게 정상을 찍고 내려오기로 했다.

  나무가 우거진 산만 올라봤다. 그 나무가 어떤 역할을 해주는지 생각해 본 적은 없다. 그저, 공기처럼 너무나 당연하게 산에는 나무가 있었으니까. 민둥산을 올라보니 알겠다, 소중한 나무의 역할을.

  민둥산은 바람막이가 없다. 우리는 아직 겨울이 끝나지 않은 이곳 아이슬란드의 매몰찬 겨울바람을, 섬나라의 강한 바닷바람을 온몸으로 마주하는 중이다. Lois‘****ing crazy wind’를 연발했다. 나도 마음으로는 그의 표현에 격하게 공감하는 중이다.

#2. 히치하이킹

  짧지만 강렬했던 하이킹을 마치고 버스 정류장으로 돌아왔다. 시간표에 따르면 버스는 한참 뒤에야 도착한다. 우리는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히치하이킹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셋이 나란히 서서 각자 수줍게 엄지손가락을 내밀어 본다.

  일 분, 이 분, 삼 분……. 어느덧 십 분이 훌쩍 지났다. 간간이 지나는 차는 우리에게 큰 관심을 주지 않았다. 곧 버스 시간이 다가온다. ‘이렇게 히치하이킹은 실패하는가 보다하고 있는데, Lois가 히치하이킹은 사실 이렇게 하는 게 아니라며 자기가 ‘sexy appeal’을 해보겠다고 나선다.

  Lois는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십 대 청년이다. 아직 앳된 티가 가득한 그가 나서서 한쪽 다리를 쭉 내밀어 짝다리를 짚는다. 한 쪽 팔은 무심한 듯 허리에 다른 쪽 팔은 요염하게 내밀어 엄지손가락을 보인다. 그런 그가 너무 웃겨서 뒤에서 배꼽을 잡으며 웃고 있는데, 이게 웬걸. 정말 차 한 대가 멈춰 섰다.

  자신을 예술가라고 소개한 그 여성은 요가를 하러 시내로 들어가는 길이라고 했다. 그녀는 곧 열릴 우리의 작은 사진 전시회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주었다. 그녀는 고맙게도 장소를 알려주면 잠시 들려보겠다 해주었지만, 아쉽게도 우리의 전시회 장소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아이슬란드 워크캠프에 대한 얘기를 주고받는 사이, 어느새 시내에 도착했다. 버스를 타고 나올 때는 한참이었지만, 차를 타고 오니 정말 금방이다. 우리는 아쉬움과 감사함을 표현하고, 그녀의 차에서 내렸다.

  누구도 그녀에게 혹시 Lois‘sexy appeal’이 통한 것인지 묻지 않았다. 그래서 아무도 모른다. 그녀가 선뜻 차를 세워 준 이유를. 그날 저녁 모두가 모인 거실에서, Lois는 자신의 활약을 자랑했고, 나와 ㄱ 오빠는 동의를 표할 수밖에 없었다.

  Lois의 넘치는 매력 덕분에 성공한 나의 첫 히치하이킹, 오늘도 이렇게 새로운 경험으로 하루가 꽉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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