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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여행 이야기/아이슬란드-워크캠프

서랍4-10) 번외편 - 일상에서 마주한 여행의 추억

by 서랍 속 그녀 2020. 3. 12.

#1. 평범했던 일상의 어느 날

  201911월의 어느 날.

  850. 메신저가 울린다. 수업이 비는 시간에 보결 수업을 들어가라는 내용이다. 4학년 보결 수업이라……. 빠르게 머리를 굴려본다. 교실놀이를 해야 하나, 시간표대로 진도를 나가야 하나 고민이다특별한 준비 없이 바로 할 수 있는 교실놀이를 급하게 떠올려보려다 말았다. 우리 반 학생들과 하루를 시작할 시간이다.

  학생들이 모두 등교했는지, 특이사항은 없는지 살피고, 과제물 제출을 확인한다. 수업 분위기를 조성하고, 1교시 수업을 시작한다. 수업을 마치고, 쉬는 시간이 아닌 쉬는 시간이 시작된다. 교실 곳곳을 주시하며, 내 곁에 삼삼오오 모인 학생들이 건네는 말을 받아준다. 3~4명과 동시에 각기 다른 대화를 나누는 건 이제 익숙하다. ‘잠시만이라는 말로 맥락 없이 대화를 끊고 복도에 나간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교사 집단 최고 유행어 중 하나인 복도는 운동장이 아니다를 외치고, 다툼 일촉즉발인 곳에 눈빛을 날리며 자리로 돌아와 맥락 없이 끊었던 대화를 이어간다. 드디어 쉬는 시간이 끝나는 종이 울린다. 2교시 수업을 한다.

  3교시는 교과 선생님 수업이다. 내가 보결 수업을 들어가야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복도에 줄을 세우고, 교과실로 향한다. 왜 평소보다 일찍 출발하냐는 질문이 쇄도한다. 2~3분 일찍 줄 세운 걸 귀신같이 알아챈다. 2교시 수업을 마치며, 3교시에 보결 수업을 들어가야 해서 교과실에 조금 일찍 데려다주겠다고 한 나의 말은 역시나 아무도 안 들었다.

  줄줄 적은 내용은 결국 보결 수업 준비는 하나도 하지 못함에 대한 변명이다. 40분간 대본 없는 생방송을 진행해야 한다. 교실로 들어서니 작년에 우리 반이었던 학생들이 반갑다며 알은체를 해온다. 얼굴은 익숙하지만 4학년 교과서는 낯설다. 4학년은 가르쳐 본 적이 없다. 아무렇지 않은 듯 시간표와 진도를 확인한다. 여차하면 머릿속에 있는 교실놀이를 진행할 생각이다. 과학, ‘화산과 지진단원에 들어갈 차례란다. 도입 차시라, 해볼 만하다. 교실놀이 대신 진도를 나가기로 마음먹는다.

#2. 우연히 마주한 여행의 추억

  가장 무난한 수업 흐름을 따르기로 한다. 교과서의 그림을 함께 보고, ‘지진혹은 화산과 관련된 경험이 있는지 묻는다. 주로 몇 년 전 경주, 포항에 크게 왔던 지진에 대한 경험담이 나온다. 화산 활동이 멈춘 지 오래인 나라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화산에 대한 경험담은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한라산 백록담과 백두산 천지가 나왔으니 이게 최선인듯하다.

  한 학생이 손을 든다. 얼굴은 익숙하고 이름은 모르는 학생이다. ‘화산 활동을 본 적이 있다고 말한다. 조금 더 자세하게 묻는다. 아이슬란드 여행을 가서 물이 솟아오르는 것을 봤단다. 아이슬란드, 물 솟음. , 게이시르를 보고 왔구나. 다른 학생들을 위해 간단히 추가 설명을 해준다.

  여행에서 보고 들은 내용을 수업 내용과 관련지어 발표하는 모습이 제법이다. 동시에 잊고지냈던 나의 여행 추억이 떠올랐다. 새삼 , 내가 그런 시절이 있었지.’ 싶다. 이제는 잘 떠오르지도 않는 그때 그 시절. 기억 저편에 넣어두고 꺼내보지 않은 지 수 년인 그때 그 시절.

  평범했던 일상의 어느 날,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추억을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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