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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여행 이야기/아이슬란드-워크캠프

서랍4-9) 아이슬란드 - 골든서클 투어를 다녀오다

by 서랍 속 그녀 2020. 3. 11.

20130412의 일기

#1. 골든 써클(Golden circle) 투어

  오늘은 두 번째 투어가 있는 날이다. 게이시르(Geysir)굴포스(Gullfoss)로 이어지는 골든 써클은, South shore와 마찬가지로 아이슬란드 여행의 양대산맥이다. 나의 눈과 마음에 담긴 장관을 말로 형용하기 힘들어서 오늘은 사진으로 그때의 감상을 전해보려고 한다.

  - 게이시르(Geysir)에 대한 짧은 설명 : 게이시르는 아이슬란드의 지명이자 자연 현상의 이름이다. 화산활동의 영향으로 지하의 온도가 너무 뜨거워져, 압력 차이에 의해 간헐적으로 물과 기체가 솟아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영어로는 Geyser, 아이슬란드의 'Geysir'가 어원이 맞다. 우리나라 말로는 간헐천. 간헐적으로 물을 뿜어낸다고 붙인 이름이 아닐까 싶다. '간헐적인 천'이라, 직관적인 이름이다.

물이 부글부글 끓다가 솟아오른다.
아이슬란드의 게이시르 주변에는 게이시르가 많다. 그 중에 가장 큰 게이시르(The great Geysir)는 최대 60m까지 솟아오른다고 한다.

  - 굴포스(Gullfoss)에 대한 아주 짧은 설명 : 굴포스는 ‘Golden waterfall’의 아이슬란드어이다. 이름값을 제대로 한다. 아이슬란드의 모든 폭포가 멋지지만, 굴포스는 그 중에서도 손꼽히게 아름답다. 사진을 감상하다보면 시기를 착각할 것 같아서 덧붙이자면, 사월 중순에 찍은 사진이 맞다.

#2. Icelandic horse 홍보대사

  한적한 도로를 지나는데 한 무리의 말이 길가에 모여있다. 잠시 차에서 내려 그들을 구경한다. 북유럽 국가답게 모두가 길쭉길쭉한 이곳에서 유난히 짧은 다리를 가진 그들. 망아지가 아니라 다 자란 말인데도 다리가 짧은 것이 ‘Icelandic horse’의 특징이란다.

  동물 친화적이지 않은 내가 인간 친화적인 말을 만났다. 유독 한 마리가 고개를 내밀어 내 코앞까지 얼굴을 들이민다. 이렇게까지 하는데 모른 척 외면하는 건 그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 쓰담쓰담. 만족했다는 듯이 다른 사람에게 향한다. 그는 마치 자신이 ‘Icelandic horse’ 홍보대사라도 되는 듯 한참을 우리 곁에 맴돌며 모두에게 쓰담쓰담을 받고, 사진 모델도 해 준 뒤에 유유히 떠나갔다.

#3. 내가 친구 해줄게.

  새로운 숙소로 왔다. 정든 숙소를 부랴부랴 떠나게 되어 마음이 울적하다. 피곤하고 머리가 무거워 소파 한 편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지만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다. 나 스스로에게도 내가 생산적인 일을 하고 있다는 착각을 일으켜주면서도, 머리로는 아무 생각을 하지 않고, 바쁘게 움직인다는 만족감은 주는 그 무언가가 필요하다.

  이럴 때는 타자 연습이 최고다. 오랜만에 손가락을 풀고, 기록 경신을 노려본다. 타닥타닥. 빠르게 울리는 타자 소리가 나의 만족감을 불러일으켜 준다. 나의 불꽃 손놀림을 본 ㄱ 오빠가 무엇을 하냐며 내 노트북 화면을 바라본다. 난데없는 타자 연습 화면을 본 그는 오늘 일기에 적을 거리를 찾았다며 폭소를 터트린다. 그는 내 노트북 화면을 다른 이들에게 내보였고, Lois가 화면을 보더니 안타까움을 담아 말했다.

  “어머나, 세상에. 그녀가 컴퓨터랑 말을 하잖아! 우리 여기 있어!”

  내내 추위와 맞서 싸우고 모두가 장렬히 전사한 그 현장에 한바탕 웃음이 터진다.

#5. 내가 친구 해줄게. 2

  타자 연습을 조금 더 하고 싶지만 그러기에는 눈치가 보인다. 모두가 나의 불꽃 손놀림을 두고 한바탕 웃고 난 뒤다. 이번에는 카드게임을 켜본다. Solitaire. 몇 년에 한 번씩 켜보지만, 한 번 켜고 나면 쉽사리 끄지 못하는 중독성 있는 게임이다. 기계적으로 손가락을 움직이는데, 이번에는 Natacha가 다가오더니 다정하게 말을 건넨다.

  “내가 너의 친구는 아니지만, 네가 원한다면 너의 친구가 되어줄 수 있어.”

  내내 추위와 맞서 싸우고 모두가 장렬히 전사한 그 현장에 두 번째 웃음이 터진다.

  그녀도 곧 카드게임에 빠져버렸다. 우리는 머리를 맞대고 카드를 이리저리 옮겨 보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둘 다 실력이 형편없다. 이런 우리를 지켜보던 ㄱ 오빠는 혀를 끌끌 차면서 ‘stupid’를 연발했다. 우리의 ‘stupid’ 함을 꼭 일기에 남겨야겠다며 일기를 적기 시작하는 그.

  그의 일기를 풍성하게 만들어준 것이 내심 뿌듯하다.

#6. 고단한 밤

  불금을 맞이하여 몇몇은 술을 마시러 나갔다. 나는 너무 피곤하여 누구보다 빠르게 씻고 곤히 잠들었다. 자정이 훌쩍 넘은 시각, , , . 깜짝 놀라 잠에서 깬 나는 급히 방을 나섰다. 계단 앞에는 나보다 먼저 나온 ㄱ 오빠가 서 있었다. 그가 반쯤 감긴 눈으로 나를 보더니 묻는다.

  “안경 썼니?”

  그렇다고 하니 나보고 내려가라며 다시 방으로 들어간다. 새벽에 놀란 와중에도 안경은 쓰고 나온 내가 웃겨서, 계단을 앞에 두고도 안경을 쓰지 않아 고민하던 ㄱ 오빠가 웃겨서,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채 계단을 내려간다.

  꼭두새벽에 우리를 놀라게 한 정체는 Lois였다. 도끼눈을 뜨고, 이 새벽에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현관 비밀번호를 까먹었단다.

  나의 단잠을 방해한 너, 귀여워서 봐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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