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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여행 이야기/아이슬란드-워크캠프

서랍4-7)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 달밤의 사진 놀이

by 서랍 속 그녀 2020. 3. 8.

20130409의 일기

#1. 달밤의 사진 놀이

  아이슬란드는 오로라가 유명하다. 한 번 보면 황홀감을 잊지 못한다는 그 오로라. 하지만 아쉽게도 이미 4월 중순을 향해가고 있어 오로라를 볼 수 있는 최적의 시기는 지났다. 그럼에도 워크캠프 사무실 직원 사이에서 오로라를 봤다!’는 목격담이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혹시나하는 마음이 꿈틀거리는데, 저녁에 만난 Alexandro가 오늘 오로라를 볼 수 있을 거라고 호언장담을 한다. 그의 말을 믿고, 밤 산책도 할 겸 ㄱ 오빠, Lois, Richard와 숙소를 나섰다.

  밤하늘에 구름이 가득했다. 하늘이 깨끗해야 오로라를 볼 수 있는 확률이 올라가지만, 이왕 나온 김에 좀 지켜보기로 한다.

  모든 흐름이 자연스러웠다. 오로라가 나오면 바로 찍을 수 있도록 ㄱ 오빠가 카메라를 설치했고, 우리는 그 앞에서 장난을 쳤고, 우연히 담긴 모습이 재밌어서 ‘제대로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렇게 달밤의 사진 놀이가 시작되었다.

 

I believe I can fly.

#2. 엄마야

  한참을 사진을 찍으며 놀았다. 어느새 자정이 가까워져 가는 시각, 우리는 모두 땅바닥에 앉아 고개를 쭉 내밀고 하늘을 보고 있다. 어느새 하늘의 구름이 모두 걷혀있길래 마지막 희망을 걸어보기로 했다.

  나는 깜짝깜짝 잘 놀란다. 길을 걷다가 발을 헛디뎌도, 갑자기 어디서 큰 소리가 나도, 인기척을 못 느꼈는데 누가 뒤에서 나를 불러도 화들짝 놀란다. 나는 그때마다 엄마를 찾는다.

  언젠가 나의 엄마야!”를 들은 Lois가 그 뜻을 물어왔다. 나는, 원래는 ‘mom’을 뜻하는 단어지만, 놀랐을 때 ‘Oops!’처럼 쓰기도 한다고 답해주었다. Lois는 놀랐을 때 엄마를 찾는 게 재밌다며 나에게 엄마야!”를 배워갔다. 그 이후로 내가 엄마를 찾으면 그도 함께 엄마를 찾기 시작했다. 그 상황이 재밌어서, 우리는 언제부턴가 엄마를 찾을 일이 없어도 서로 눈이 마주치면 엄마를 찾았다.

  지금도 우리는 서로 엄마를 찾고 있다. 우리의 놀이인 셈이다. 오고 가는 엄마야!” 속에 엄마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새벽을 향해가는 시간, 밤하늘, 타지, 엄마.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깊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3. 목소리

  새벽을 향해가는 시간, 밤하늘, 타지, 엄마.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깊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혼자 조용히 엄마라는 단어를 되뇌어 보았다.

  여행을 시작한 지 어느새 보름이 훌쩍 지났다. 우리 가족은 무소식이 희소식이어서, 부모님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으셔서, 간간이 나의 무사함만 문자로 남겨왔다.

  전화를 해보고 싶어졌다. 잠시 고민했다. 이렇게 감상에 빠진 상태에서 부모님께 전화하면 눈물이 흐르지 않을까 걱정됐다. 아무 일 없는데, 괜히 부모님 목소리를 듣고 울면 걱정하실까 걱정됐다. 목소리와 마음을 가다듬고 조심스레 전화를 걸어보았다.

  전화기 저편에서 활기찬 아침의 기운이 느껴졌다. 매일 듣던 그 목소리를 다시 들으니 덩달아 나의 기분도 좋아졌다. 출근시간이었던지라 짧게 통화를 마쳤지만,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엄마, 아빠. 이런 경험을 할 수 있게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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