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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여행 이야기/영국

서랍3-2) 영국 웨일스 - 친구 없는 친구 집을 방문하다

by 서랍 속 그녀 2020. 2. 19.

20130401의 일기

#1. 초대

  필리핀 여행 이후 Matt와 나는 종종 연락을 주고받았다. 하루는 그가 새로운 여행 소식을 전해왔고, 나는 유럽 여행을 준비 중임을 알렸다. 그는 나의 유럽행 소식을 듣고 매우 신나 했다. 영국도 가는지, 언제 가는지, 얼마나 가는지 등등을 묻더니 이내 자기 집도 꼭 들리라고 했다. 그는 세계여행 중인데, 여행이 끝나면 홍콩으로 돌아간다고 했는데, 그는 나를 영국 집으로 초대했다. 내가 잠깐 영국 집에 들르는 건가?’, ‘나와 일정 조정을 하자는 건가?’ 의아해하며 질문을 남기는 사이에 그는 이미 어머니께 내가 갈 거라고 전하고 왔다. 나는 그렇게, 얼떨결에 그의 집에 초대되었다.

#2. 첫인사

  Matt의 어머니인 Janet은 버스 터미널로 나를 마중 나와 주셨다. 서로를 알아볼 방법은 따로 필요하지 않았다. 버스 터미널은 작았고, 버스에서 내리는 승객은 몇 명 되지 않았다. 물론, 그중에 동양 여자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아주머니께서 먼저 다가와 인사를 해주셨다. 그녀는 푸근한 인상의 중년 여성이었다.

  아주머니께서는 Matt가 이렇게 친구를 집으로 초대한 것은 처음이라고 하셨다. 그가 나와의 만남이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며, 이렇게 웨일스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말씀해 주셨다. 초대해 주심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짧은 인사를 나누는 사이에 금방 그의 집에 도착했다.

#3. 첫인사 2

  집에는 Matt의 남동생인 Daniel이 있었다. Daniel은 Matt와 얼굴은 별로 닮지 않았지만, 체격은 매우 비슷했다. Matt 만큼이나 키가 커서 얼굴을 마주하려면 내 목을 한없이 늘려야만 했다는 뜻이다. 그는 나에게 어색하게 인사를 건네고는 방으로 갔다. JanetDaniel이 수줍음을 타는 성격이라고 했지만, 나는 나의 존재가 그를 불편하게 만든 것 같아 마음이 쓰였다.

  그날 저녁 우리는 함께, 하지만 어색하게 저녁을 먹었고, 식사 후에는 텔레비전 앞에 앉았다. 우리 셋은 한동안 텔레비전을 봤고, 후에 Daniel은 약속이 있다며 나갔다. 나 때문인가 싶어 마음이 불편한데, 아주머니는 나를 보며 흐뭇하게 말씀하셨다. 저녁 후에 방으로 안 올라가고 함께 거실에 앉아있었으면 된 거라고, 그에게는 그게 최선이라고.

#4. 첫인사 3

  Daniel이 외출한 뒤 아주머니는 웨일스 전통 쿠키를 구워주셨다. 촉촉한 촉감이 마음에 들어 한 개, 두 개, 세 개 계속 주워 먹었다. 아주머니는 남은 쿠키를 싸시고는 본인의 어머니 집에 가자고 하셨다. 나를 만나면 많이 기뻐하실 거라고. 그렇게 나는 얼떨결에 Janet의 어머니와 언니를 만났다.

  Janet의 어머니와 언니는 나를 매우 반갑게 맞아 주셨다. 혼자 여행하는 게 힘들지는 않은지, 밥은 잘 먹고 다니는지 걱정해주시는데, 전 세계 할머니의 걱정은 모두 같은가 보다 싶어 웃음이 났다.

#5. 그날 밤

  나는 지금 Matt의 방에 누워있다. 기분이 묘하다. 그와 알고 지낸 지는 몇 개월, 그와 함께 보낸 시간은 고작 몇 시간. 그저 한 번씩 페이스북으로 근황을 주고받는, 그러다가 잊히는 그런 사람 중 한 명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얼떨결에 그의 가족은 물론 친척까지 만난 오늘, 사람의 인연이 정말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6. 번외편 - home little girl

  Matt와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 그는 나를 자주 ‘home little girl’이라고 불렀다. ‘나를 어린 여동생으로 여겨주나 보다생각했다. 하지만 나의 유럽 여행 소식을 알린 뒤, ‘유럽은, 특히 영국은 매우 위험하니 절대 밤에 혼자 돌아다니지 말아라, 영국에는 덩치가 아주 크고 못된 애들이 많다, 작은 여성들은 더 위험하다.’ 등등 그의 걱정 어린 말들을 듣고 있자니 단순히 내가 어려서 ‘little’이라고 부르는 것 같지가 않았다. 그는 내가 정말 작은아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얼굴을 본 사이인데, 내가 작은 편은 절대 아닌데, 의아해서 물었다.

  “나 키가 꽤 큰 편인 거 기억해?”

  “너가? 너 작았는데

  “너가 매우 큰 편인 건 아는데, 그렇다고 내가 작은 편은 아닌데

  “키가 몇인데?”

  “169cm. 한국에서는 꽤나 큰 편이고, 모르긴 몰라도 영국에서도 평균 키는 될 텐데

  “너 작은데

  “내가?”

  “, 우리 엄마보다도 작은데

  그는 그 이후로도 나를 ‘little girl’이라고 불렀고, JanetDaniel을 비롯한 그의 친척들도 많이 만나본 오늘, 나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매우작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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