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402의 일기(2)
#4. 나의 일정
아저씨께서는 아주머니를 만나기 위해 집에 오신 게 아니었다.
나는 런던에서도 대영박물관에 안 다녀왔다. 나는 내가 어디에 있든, 어디를 안 가도 된다. 이곳 교통이 불편하다면, 집 주위를 구경해도 좋다. 관광지가 아닌 주거 마을을 구경하는 것도 나에겐 너무 흥미로운 일이다.
하지만 두 분의 생각은 달랐다. 이곳에 왔으면 그곳을 꼭 가봐야 한다고 하셨다. 대중교통으로는 오가기 힘드니, 아저씨께서 나를 태워다 주실 거란다. 그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한 데, 내가 구경을 다 하고 전화하면 다시 나를 태우러 와주실 거란다. 아저씨께서는 이 모든 것을 위해 무려 오후 일을 빼고 이곳에 오셨단다.
나는, 내가 이곳에 도착하기 전부터 이미 정해져 있던 나의 일정을 따르기로 했다.
#5. 스노도니아 국립공원(Snowdonia National Park)
오전에는 완연한 봄을 느꼈다. 지금은 온전한 겨울을 느끼는 중이다. 누가 지은 이름인지, ‘스노도니아’ 이름이 너무 적절하다. 이미 4월인데, 이곳은 아직 한 겨울이다.
추위를 잊으려면 열심히 걸어야 한다. 저 앞, 요새처럼 보이는 건축물을 목적지로 정하고 빠르게 걷는다. 가까이 가보니 요새를 오를 수 있는 계단이 보인다. 빙글빙글 돌아 요새를 올라본다. 요새의 틈 사이로 보이는 풍경이, 액자 속 사진 같다.
이번에는 방향을 정하지 않고 걸어본다. 어딘지 모르는 어딘가에 서서 멍하니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 누군가 말을 걸어온다. 그는 이곳에서 정면을 바라보면 여인의 옆모습이 보인다고 했다. 한참이나 여인의 옆모습을 찾지 못하는 나를 위해 그가 팔을 들어 이리저리 가리킨다. 여기서부터 이렇게 눈, 코, 입, 그리고 흩날리는 머리카락. 그의 손가락 움직임을 따라 내 시선을 움직여 봤지만, 여전히 내 시선은 오리무중이다. 사진기로 찍어 확대도 해봤지만, 안 보인다. 그는 답답해하며 나를 떠났다. 정말 안 보이는데.
어느새 두어 시간이 흘렀는지 아저씨께 전화가 왔다. 아저씨께서는 헤어졌던 장소에서 나를 기다려주고 계셨다. 차의 온풍이 따스하게 몸을 녹여주었다.
#6. 하루의 마무리
아주머니와 둘이 저녁을 먹었다. 아주머니께서 웨일스 음식이라며 연어를 오븐에 구워주셨다. 처음 먹어보는 연어 스테이크로 배를 채우고, 거실에 나란히 앉았다. 아주머니께서 한국 사진을 보고 싶어 하셔서, 노트북에 있는 한국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드렸다. 시골 할머니 댁 사진, 설 명절 사진, 동해 겨울 여행 사진...
사진을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니, 어느덧 밤이 깊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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