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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여행 이야기/영국

서랍3-3) 영국 웨일스 - 뱅거 펜린 성(Penrhyn castle) 탐방기

by 서랍 속 그녀 2020. 2. 20.

20130402의 일기

#1. 서로 다른 세상

  나의 유럽행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Matt는 손가락이 닳도록 고향 자랑을 했다. 정말 아름다운 곳이라며, 영국에서 그만큼 아름다운 곳은 없다고 했다. 무엇보다 성(castle)이 멋진데, 그중 하나가 바로 집 근처에 있으니, 그 성을 가봐야 한다고 몇 번이고 말했다.

  세계 곳곳을 여행한 친구가 그토록 자랑한 그곳, 펜린 성(Penrhyn castle)에 왔다. 입구 바로 뒤에는 가로수길이 이어져 있었다. 그 가로수길은 서로 다른 세상을 연결해주는 통로였나 보다. 가로수길을 지나자, 어디에도 바깥세상의 흔적은 보이지 않고, 어디서도 바깥세상의 흔한 소음은 들리지 않는, 그런 곳이 펼쳐졌다.

  그곳에 들어서자, 온 세상에 나밖에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꼭 시간이 멈춘 듯이 느껴졌다. 내가 입고 있는 이 옷이, 내 손에 들려있는 스마트폰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이어폰을 빼고, 세상과 단절된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했다. 마치 내가 중세 유럽 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2. 아주머니의 이야기

  사색에 잠겨 한참을 구경하다가 집으로 향했다. 집에서 아주머니와 함께 점심을 먹기로 했기 때문이다. 아침에 아주머니께 열쇠를 받았지만, 문을 열기 전에 노크를 먼저 해보았다. 낯선 아저씨가 문을 열어 주셨다. 집을 잘못 찾아왔나 싶어 사과하려는데, 손을 내미신다. 만나서 반갑다고.

  아저씨는 아주머니의 남자친구셨다.

  아주머니는 Matt가 어릴 때 이혼하셨다. 아저씨와는 몇 년째 잘 만나고 있지만, 한 번 결혼을 해보았기 때문에 다시 결혼하고 싶지는 않다고 하셨다. 지난밤, Daniel이 만나러 간 사람은 그의 아버지이고, 아주머니도 종종 애들 아빠를 만난다고 하셨다. 이 모든 이야기는 지난밤 아주머니가 구워주신 웨일스 전통 쿠키를 먹으며 들었다.

#3. 낯선 곳에서 마주한 낯익은 얼굴

  식탁에는 아저씨가 보시던 스포츠 신문이 올려져 있었다. 1면을 가득 채운 사진이 나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신문 속 그들, 어디서 본 것 같다. 아니, 익숙하다. 낯선 이곳에서 신문 1면의 주인공을 알아본 내가 순간 낯설게 느껴졌다. 저들 사진이 왜 여기에 있지?

  “여기, 이 축구선수 아세요?” 아저씨께 물었다. ‘당연히안다고 답하셨다. 유럽에서 활약이 뛰어난 선수인데, 어떻게 모르냐고 덧붙이셨다. 새삼 그 선수의 존재감이 놀라웠다. 아저씨께서는 그 선수의 존재감을 모르는 나를 새삼 신기하다는 듯 쳐다보셨다.

  “여기 옆에 있는 이 여자, 한국에서 유명한 배우예요.” 아저씨께서 흥미롭다는 듯이 신문을 다시 드셨다.

  이곳 웨일스의 작은 마을에 축구선수 기성용과 배우 한혜진의 열애설이 뒤늦게 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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