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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여행 이야기/영국

서랍3-6) 번외편 - Matt와의 뒷이야기

by 서랍 속 그녀 2020. 2. 27.

#1. 20130404

  나는 Matt의 집을 떠나 다시 이동했다. 아주머니의 추천으로 체스터(Chester)를 잠시 둘러본 뒤 곧장 히드로 공항으로 가서 늦은 밤 비행기를 타고 아이슬란드로 향했다. 길고 지루했던 그날의 여정에 대한 이야기 대신, 유럽 여행 이후 Matt와의 추억을 풀어보려고 한다.

체스터의 한 성당

#2. 맨발의 그

  2014년 여름, 유럽 여행을 다녀온 지 1년이 되어가던 때, 나는 오랜만에 다시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한국을 방문하는 Matt를 맞이하기 위해서다. 그의 도착 시각에 맞춰 입국 게이트 앞에 서 있다. 입국 수속을 밟고 나올 시간이 지난 것 같은데, 그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하염없이 게이트 앞에 서서 나오는 사람들의 발만 바라보고 있는데, 한 백인 남성이 맨발로 게이트를 향해 걸어왔다. 왠지, Matt라면 맨발일 수 있을 것 같아서, 그 맨발의 주인을 향해 반갑게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그는 Matt가 아니었다.

  다시 하염없이 게이트 앞에 서서 기다리는데, 또 다른 남성이 맨발로 걸어왔다. ‘이번에는 과연?’ 하며 다시 반갑게 고개를 들었고, 그곳에는 정말로 Matt가 서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16개월 만에 재회했다.

  그는 발이 답답하다며 서울 오빠 집으로 가는 길 내내 맨발을 고집했고, 나는 결국 집에 도착하자마자 그를 무릎으로 기어 화장실로 직행하도록 해야 했다.

#3. Both Korea

  Matt가 메신저로 그의 한국 여행 계획을 알려올 때, 그는 ‘Both Korea’를 여행할 것이라고 했다. 그를 통해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북한 여행 상품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그가 얘기해 주는 북한 여행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항상 감시자가 붙는다는 것, 허락된 장소에서만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것, 허락된 사람과의 대화만 허용된다는 것 등. 그는 그들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만 볼 수 있었음을 감안해도 평양은 생각보다 훨씬 발전된 모습이었고, 활기차 보였다고 말했다. 외국인의 입을 통해 북한의 모습을 듣게 되다니, 이웃의 근황을 바다 건너 사는 친구 입을 통해 듣는 기분이었다.

  북한에서 판문점에 가봤다며, 이곳에서도 꼭 판문점에 갈 것이라고 하던 그는, 같은 장소를 서로 반대 방향에서 볼 거라던 그는, 전날 밤 과음을 하는 바람에 결국 한국에서는 판문점을 가지 못했다.

#4. 파이터의 눈물

  서울 여행 후 우리는 부산으로 향했다. 내가 뱅거에서 그랬던 것처럼 Matt도 우리 집에서 편히 쉬며 부산을 여행했다. 그날은 여유로운 오전이었고, 나는 오랜만에 피아노 앞에 앉았다. 나의 연주 소리를 들은 Matt가 방에서 꿈틀꿈틀 기어 나왔다. 그는 거실에 엎드려 반쯤 졸며 내 연주를 들었다.

  몇 년이 흐른 뒤, Matt와 메신저를 주고받다가 한국 여행 얘기가 나왔다. 그는 내 피아노 연주가 꽤 인상적이었는지, 우리 집 거실에 누워 ‘River flows in you’를 들으며 눈물을 흘렸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는 ‘a few tears’이긴 했지만, 살짝 흐른 건 사실이라며, 나의 연주를 치켜세워 주었다. 내가 기억하는 그의 모습은 분명 엎드려서 졸고 있는 모습이었는데.

  곡 제목을 한번 알려주었을 뿐인데,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게 고맙고 신기했다.

#5. 2020, 그는

  2014년 그의 한국 여행 이후 우리는 다시 만나지 못했지만, 여전히 종종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여행을 하며 사귄 친구 중, 이렇게 오랜 시간 연락을 하며 지내는 친구는 많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특별한 사이다. 서로의 집을 한 번씩 방문했고, 여전히 서로의 가족에 대한 안부를 잊지 않는 그런 친구.

  그는 홍콩 이후 호주, 일본을 거쳐 현재는 대만에 살고 있다. 대만이 꽤 마음에 들었는지 벌써 그곳에 산 지 3년이 훌쩍 넘었다. 중국어 공부도 하고 있다고 하니, 앞으로도 그곳에 쭉 살 예정인가 보다. 그가 대만에 정착한 후 나는 줄곧 곧 대만을 방문하겠다.’라고 말하고 있지만 3년째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가까운 나라이기에, 쉽게 방문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다. 머지않아, 정말 대만을 한 번 방문해 볼 생각이다.

  오빠가 3월부터 대만으로 어학연수를 갈 예정이어서, Matt가 대만의 물가나 그곳의 생활에 대한 정보를 많이 전해 주었다. 하지만 오늘, 나는 그에게 오빠의 대만 어학연수가 취소되었음을 전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한국인의 입국이 금지된 탓이다.

#6. 2020, Matt의 가족은

  뱅거에서 마지막 날, 나는 Matt의 어머니와 이메일 주소를 주고받았고, 그 이후로 종종 서로의 안부를 묻고 있다.

  Matt의 동생인 Daniel은 여자친구와 함께 살 집을 알아보는 중이다. 호주 워킹 홀리데이도 함께 다녀온 여자친구기에, 둘의 관계가 상당히 진지하다고 한다. Pupi는 벌써 10살이나 됐고, 여전히 건강하고 활기차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아주머니의 남자친구인 Gary 아저씨는 최근에 몸이 좀 안 좋으셔서 병원 신세를 지셨다. 그래도 지금은 퇴원해서 집에서 회복 중이라고 하시니 다행이다.

  2012년 필리핀 여행으로 시작된 우리는, 여전히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각자의 삶을 응원해 주고 있다. 필리핀 사고가 아니었으면 만나지 못했을 우리, 그래서 인연은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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