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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

일상) 어디부터 불편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by 서랍 속 그녀 2021. 1. 25.

#1. 불편한데, 불편하다고 말해도 될지는 모르겠다.

  뜨르르륵. 삑삑삑-”

  적막한 집,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이 무심한 기계음을 통해 동거인이 무사히 귀가하였다는 소소한 안도감을 느끼고, 이제는 혼자가 아니라는 따뜻한 편안함을 느낀다.

  도어락. 누구나 손댈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손대지 않는 불가침의 영역이다. 웬만한 친분으로 상대의 집에 드나들 수는 있어도, 어지간한 친분이 아니면 감히 손댈 수 없다. 누구도 입 밖으로 내어 약속하지 않았지만, 누구나 알고 있는 사회적 약속이다. 그 약속이 깨지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기에, 차가운 기계음은 따뜻한 신호음이 된다.

  “뜨르르륵. 삑삑삑-”

  적막한 집,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차가운 기계음이 귀에 꽂히며 온몸의 신경이 곤두선다. 오빠는 부산에 있다. 동생은 군대에 있다. 이 서울 하늘에, 나의 도어락을 만지도록 허락된 사람은 없다. 찰나의 순간, 신문 사회면에 나올 법한 일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이윽고 한 아이의 목소리와 한 어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까르륵웃는 한 아이와 거기는 옆집이니 만지면 안 돼.”라고 말하는 한 어른이 우리 집 문밖에 서 있다. ‘옆집 아이였구나.’라는 안도감으로 가슴을 쓸어내리지만, 이미 온갖 상상의 나래가 지나간 뒤였다.

  뜨르르륵. 삑삑삑-”

  적막한 집,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동거인인 오빠는 방에 있다. 몇 주에 걸쳐서 반복되는 이 상황이, 따뜻한 신호음이 차가운 기계음으로 들리는 이 상황이 불편하다.

#2. 어디부터 불편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불편한데, 불편하다고 말해도 될지를 모르겠다.

  각박한 세상이다. 남보다 나에게 관대하고, 큰 잘못보다 작은 잘못을 더 걸고넘어지며, 강자보다 약자에게 더 엄한 잣대를 내민다. 각박한 세상이 서로를 더 예민하게 만들고, 서로를 향한 예민함이 세상을 더 각박하게 만든다. 그리고, 고백하건대 나는 예민한 개인이다. 하지만 내가 예민하다는 이유로 세상을 더 각박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조심스럽다.

  불편한데, 어린아이가 누른다는 것을 알았는데도 무던하게 넘기지 못할 일인가 싶다. 내 집에서 나의 심리적 안정감이 침범당하고 있다는 불편함을 드러내고 싶다가도 사회적 약속이며 불가침의 영역이라 한들 어린이에게까지 그 잣대를 들이미는게 맞나 싶다. 당장 불편하니 신경을 좀 더 써달라라고 말할까 싶다가도 옆집에서 어련히 교육해줄 일을, 혹은 아이가 흥미를 잃으면 알아서 그만둘 일을 참을성 없이 나서는 건 아닌가 싶다.

  예민한 내가 느끼는 이 불편함이 적절한 감정인지 모르겠다.

  어디까지 무던하고 어디부터 불편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그 적당한 선을 누군가 알려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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