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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여행 이야기/모로코

서랍6-7) 번외편 - 모로코에는 일본인만 있었다.

by 서랍 속 그녀 2020. 7. 10.

#1. 모로코에는 일본인만 있었다.

  세 걸음에 한 번씩 들려오는 ‘Konnichiwa’에 이제 더는 짜증도 나지 않을 때쯤, 문득 드는 생각에 고개를 들어 주위를 바라보았다. 세 걸음 앞의 친구 여행객도, 옆을 스쳐 지나가는 나 홀로 여행객도, 저쪽의 친구는 아닌 듯 보이는 남남 여행객도 모두 일본인이다.

  그렇다. 모로코에는 일본인만 있었다.

  모로코는 사실 유럽인에게 사랑받는 휴양지라고 들었다. 스페인과 넘어지면 코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와 저렴한 물가, 유럽과는 다른 이국적 느낌과 따뜻한 날씨 때문이다.

  한편, 아시아에서 그렇게 알려진 여행지는 아니다. 아마도 지리적 거리가 먼 탓이 크겠지. 우리나라에서도 누군가는 모로코와 모나코를 헷갈리기도 하며, 그나마 좀 안다 하여도 사하라 사막을 떠올리는 정도일 것이다. 나 또한 모로코는 사하라 사막이 있는 곳정도로만 알고 있었을 뿐이며, 유럽 여행 중 갑작스럽게 모로코행 비행기 표를 끊고 이곳에 오게 되었다.

  그런데 그 모로코가 과장 살짝 보태서 일본인으로 가득 차 있다.

  좀 더 사실적으로 표현해보자면, 역시 유럽인이 많긴 하지만 예상외로 아시아인의 비율이 높았으며, 아시아인 중 95%는 일본인이 맞았다.

  도대체 왜?

  한 번 일본인이 많네라고 느끼고 나자, 점점 더 많은 일본인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프리카 땅에서 이웃 나라 일본인을 자꾸 만나니, 궁금해졌다. 그들이 여기에 이렇게 포진해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증을 풀 기회는 사하라 사막 투어 중 생겼다. 함께 투어 참가 중인 일본인 여행객과 말을 트게 된 것. 짧은 대화를 주고받게 된 김에 물었다. 이곳에 일본인이 유독 많아 보이는데, 이유가 있냐고.

  지금이 일본의 황금연휴 기간이라고 했다. 최근 모로코가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로 꼽히고 있는데, 연휴 기간과 맞물려 사람들이 몰린 것 같다고 했다. 왜 모로코가 인기 여행지로 꼽히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단다. 그냥 언제부턴가 방송에도 나오고, ‘인기 있는 여행지로 꼽히고 있단다.

  그랬다. 그래서 일본인이 이렇게 많았던 것이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아시안 중 95%는 일본인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자, 내게 ‘Konnichiwa’를 건네던 그들이 사실 인종차별이나 조롱을 의도한 건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그들이 만나는 아시아인의 95%는 일본인이니, 나름의 친절을 의도한 것일 수도.

  그 인사는 여전히 마음에 안 들지만, 이제는 그냥 인사해주네~’ 하고 넘길 수는 있겠다 싶었다.

#2. 라오스에 가니 한국인만 있었다.

  2016년의 어느 날. 호주 퍼스의 한 호스텔에 누워있다. 임용시험에 합격한 후, 발령을 기다리며 호주와 뉴질랜드를 여행 중이다. 우리나라는 점점 더워지고 호주는 점점 추워지는 때, ‘별로 춥지 않다기에 만만히 보던 호주의 겨울이 생각보다 추워 고생 중이다.

  맞은편 침대를 사용하는 그녀도 나와 같은 이유로 고생 중이다. ‘강력한 추위를 자랑하는 캐나다에서 온 그녀와 역시 추위하면 빠지지 않는 한국에서 온 나는 고작 10를 오가는 호주의 초겨울 날씨에 몸을 으슬으슬 떨고 있다.

  각자의 침대에서 이불로 몸을 돌돌 만 채, 도대체 겨우이 온도에 몸이 덜덜 떨리는 게 이해가 안 된다는 공감대로 말문을 텄다. 분명히 10밖에 안 되는데, 10치고는 너무 춥다는 게 우리의 공통된 의견. ‘우리에게 익숙한 추위가 아니다.’, ‘추위에도 종류가 있는 것 같다로 대화가 흘러갈 때쯤, 그녀가 사실 한국인을 만나면 꼭 묻고 싶은 게 있었다며 수줍게 질문을 해온다.

  호주로 오기 전, 라오스에 다녀왔단다. 다음은 라오스에 다녀온 그녀의 소감.

  라오스에 가니 한국인만 있었다.”

  정말 한국인밖에 없었단다. 한국인도 너무 많고, 곳곳에 한국어 안내판도 많아서 유독 한국인만 많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정말 너무 궁금했단다.

  순간 비슷한 질문을 했던 2013년의 내가 떠올라 웃음이 났다. 꽃보다 청춘 방영 이후, 그곳이 거의 한국화되었다는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외국인은 이런 사정을 알지 못하니 신기했을 수밖에. 모로코에 일본인이 몰려있는 이유가 너무 궁금해했던 나처럼.

  2013년에 나의 궁금증을 풀어주었던 일본인처럼, 2016년의 나도 그녀의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한국에서 아주 인기 있는 TV 프로그램에서 라오스 여행을 다녀왔거든요. 그 이후로 라오스가 인기 여행지가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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