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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

일상) 코로나, 그리고 학교생활

by 서랍 속 그녀 2020. 7. 29.

  학생들이 8번째 등교이자 방학 전 마지막 등교를 한 오늘, 퇴근길에 등교 후 확진 아동 111, 학교 내 전파 추정 1이라는 기사를 읽었다. 어느 곳보다 코로나 감염에 취약하다고 우려되던 학교였지만, 이 정도면 나름 선방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어디까지나 정상적인 학교생활은 포기하고 방역을 제1순위로 두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오지 않을 것 같던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코로나와 학교생활에 대한 글을 써보고자 한다.

#1. 학교와 감염병

  특정 시기가 되면 연례행사처럼 보도되는 뉴스가 있다. 독감이 전국적으로 유행하고 있다는 것. 학교에 근무하기 전에는 이런 뉴스는 그저 딴 세상 얘기인 양 듣고 흘려 넘겼다. 그도 그럴 것이 길지 않은 인생이지만 살면서 감염병에 걸려 고생한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학교에 근무해보니 알겠다. 뉴스에서 감염병 유행이라고 할 때, 유행이 어디서 일어나고 있는지를.

  때는 바야흐로 2016년 겨울, 발령받은 지 3개월이 채 되지 않은 따끈따끈한 새내기 교사 시절이었다. 교과 전담 교사였고, 그날은 4학년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수업 종이 울리고 평소처럼 학생들이 교실로 들어서는데, 어찌 된 일인지 학생들이 반쯤 들어오다 말았다.

  남은 학생들은 왜 안 들어오나 고개를 빼꼼 내밀고 복도를 바라보는데 한 학생이 하는 말.

  오늘 우리가 다예요.”

  “???”

  “오늘 우리 반 저희밖에 안 왔어요.”

  우리 학교는 학급당 학생 수가 20명 남짓이다. 근데 십여 명만 교실에 덩그러니 앉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머지는 감기 및 독감으로 인한 결석이란다. 처음 겪는 일이라 놀란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반이나 텅 빈 책걸상을 허망하게 바라보았다.

  유독 심했던 사례를 말한 것이지만, 경험상 뉴스에서 독감 유행이라는 단어를 쓸 때쯤이면 한 반의 20%~30% 정도는 독감 및 감기로 결석을 하곤 했다.

  ‘독감 및 감기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초등학생은 면역력이 약해서인지 반에 감기 환자는 거의 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감기 환자는 산발적으로 발생하지만, 독감은 일단 확진자가 한 명 나오면 그 유행 양상이 뚜렷하다는 게 다르다. 학교 내에서도 작게는 학급별로, 크게는 학년별로 독감이 돌고, 한 번 돌면 학급 20명 내외의 학생 중 4~5명은 확진을 받는다.

  지난 세월 독감 예방 접종을 받은 적도, 독감에 걸린 적도 없었던 나 또한 발령 이후 처음으로 독감에 걸렸던 것을 보면, 학교가 감염병에 취약한 공간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2. 코로나와 학교생활

  감염병에 취약한 학교를 코로나 안전지대로 만들기 위해 교육 위에 방역을 두었다. 학교마다 세부사항은 다르겠지만 우리 학교의 학교생활 방역을 잠시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학년 별로 주 1회 등교를 하고 있다. 전교생의 1/3 이내만 등교시키라는 서울시교육청의 지침에 따른 것이다. 학교에 따라 학급 인원을 나눠서 등교시키는 곳도 있지만, 우리 학교는 학급 당 인원수는 많지 않으면서도 한 층에 여러 학년의 교실이 섞여 있는 특이한 구조를 가졌기에 이렇게 결정되었다.

  아침에 교실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3단계를 거쳐야 한다. 1단계는 등교 전 자가진단’, 2단계는 1층 현관의 열화상 카메라, 3단계는 교실 입장을 위한 비접촉체온측정. 학생이 자가진단을 하지 않고 등교하는 경우, 교실로 들여보내기 전에 학부모님께 먼저 전화를 드릴 정도로, 최대한 엄격하게 학생의 건강 확인을 하고 있다.

  화장실은 수업시간에 간다. 쉬는 시간에 화장실에 여러 학생이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각 반에서 동시에 화장실을 갈 수 있는 인원도 여자 1, 남자 1명으로 제한했다.

  항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거리유지를 한다. 급식 먹을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책상 배열은 시험대형으로 바꾸고, 쉬는 시간에도 자기 자리에 앉아 쉬도록 한다. 체육도 물론 마스크를 쓰고 한다.

  개인 쓰레기 봉지를 들고 다닌다. 비말이 묻은 쓰레기와 일반 쓰레기를 분리하고, 비말이 묻은 쓰레기는 뭐 어떻게 어떻게~’ 배출하라는 지침 때문이다. 쓰레기까지 신경 쓰기 힘들어서 교실의 쓰레기통을 치우고, 등교 때마다 개인별 일회용 비닐봉지를 들고 오도록 하고 있다.

  무언가를 나눠주거나 수합할 때는 교사가 교실을 돈다. 보통은 맨 앞에서, 혹은 맨 뒤에서 줄줄이 넘기는 방법을 쓰지만, 여러 명의 손을 타는 행위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한 번 등교하는 만큼, 등교 때마다 나눠줄 게 많아서 등교 하루 전에 웬만한 것은 학생들 책상에 미리 올려놓음에도 학생들이 한 번 등교하면 교실을 대여섯 바퀴씩은 도는 것 같다.

  급식은 조용히, 한 자리 띄워놓고 먹는다. 급식실 식탁에 한 자리씩 띄어놓고 스티커가 붙었다. 스티커가 있는 자리에만 앉을 수 있다. 가림막의 마스크 거치대에 마스크를 걸고, 조용히 밥을 먹는다. 그 어느 때보다 조용한 급식시간이다.

 

  첫 등교일, 새 학년에 대한 긴장에 코로나 시국이라는 긴장이 더해져서인지 학생들이 정말 조용했다. 마스크를 쓴 채 고요를 지키며 앉아 있는 학생들에게, 나 또한 마스크를 쓰고 이것도 안 돼요.’, 저것도 안 돼요를 줄줄이 상기시키는데, 내 모습이 마치 교사라기보다는 감옥의 교도관 같았다.

  평소 같으면 노래도 부르고, 악기도 연주하고, 친구들과 모둠 작품도 만들고, 과학 실험도 하고, 팀 대항 경기도 했겠지만, 이번 학기는 정적이고 적막했다. 언제까지 교육 위의 방역을 이어가야 할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방학을 맞이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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