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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여행 이야기/아이슬란드-워크캠프

서랍4-3)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 사진 전시회가 가지는 의미

by 서랍 속 그녀 2020. 3. 3.

20130406의 일기

#1. 실내에서 즐거움 찾기

  유난히 길고 혹독한 겨울을 나기 위해 이곳 사람들은 실내로 눈을 돌렸다. 그들은 바깥의 매서운 눈바람 소리가 묻히도록 실내 밴드 활동을 하고, 긴 겨울 그들의 안식처가 되어 줄 집을 애정을 담아 꾸민다. 단순한 안식처를 넘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꾸미는 것, 그들에게 집이 가지는 의미이다.

  긴 겨울, 최소한의 바깥 활동만 하는 그들에게는 소소한 즐거움이 필요하다. 여느 때처럼 무심코 들린 일상의 어느 곳에서 예상치 못한 볼거리를 만나게 하는 것, 그것으로 잠시나마 긴 겨울을 잊고 미소 짓는 것, 우울증 발병률이 높은 이곳에서 그들에게 소소한 일상의 변화를 주는 것이 바로 우리 활동의 목표이다. 아이슬란드에서 사진 전시회가 봉사활동이 될 수 있는 이유이다.

#2. Reflection

  Lara의 이끎 아래 첫 모임이 열렸다. 오늘은 우리 전시회의 주제를 정하는 날이다. 이곳의 환경과, 전날 이방인의 눈으로 시내를 구경하며 느꼈던 점에 대해 많은 얘기가 오고 갔다. 그림자, 햇살에 반짝거리는 유리창, 영롱한 바닷물에 대한 얘기가 특히 많이 나왔다. 유독 좋았던 전날의 햇살이 우리의 시선을 그쪽으로 많이 잡아끈 덕분이다. ‘Reflection’이라는 사진전의 주제는 이렇게 정해졌다.

  우리는 ‘reflection’의 개념을 조금 확장하여 사진에 일상을 반영해보기로 했다. 특별한 곳에서 찍은 특별한 사진보다는, 오고 가며 볼 수 있는 풍경을 이방인의 시선으로 담아 보는 것이다.

  예상보다 빨리 잡힌 주제 덕분에, 우리는 홀가분하게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이제는 주제에 맞는 사진을 찍어볼 차례이다.

무엇을 그리 유심히 보고 있던 것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무심코 지나치던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만 느껴질 뿐이다. 사진 속 다양한 색의 조화와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Lois의 뒷모습. 용도를 알 수 없는 구조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에 꽂힌 그는 한동안 저곳에 서서 사진을 찍었다. 역시, '이방인의 시선'을 담기 위한 그의 노력이다.

#3. 번외편 실내에서 즐거움 찾기의 어려움

  어쩌다 보니 지금 우리의 상황이, 긴 겨울을 나는 아이슬란드 사람들과 비슷하다. 자의가 아닌 외부적 요인으로 인한 두문불출. 가볍게 지나갈 줄 알았던 코로나19의 확산세는 무섭다.

  직장으로의 출근이 최소화되고 있다. 간헐적 출근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고 있다. 모두가 외출을 꺼리는 이 시기에, 굳이 집을 나서지 않아도 되는 이 상황이 감사하면서도 무료하다. 이 무료함이 누군가에게는 너무 간절한 평화라는 것을 알면서도 배부른 투정을 내뱉는다.

  매년 두문불출을 반복하는 아이슬란드 사람들의 내공이 새삼 대단하다. 반복되는 긴 겨울, 우울감에 빠지지 않도록 스스로 북돋을 그들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이 사태가 빨리 진정되기를, 생기 넘치는 봄을 맞이할 수 있기를, 각자의 자리에서 고생하는 이들이 허망함보다는 보람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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