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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16

일상) 우문현답 #1. 삼남매의 서울살이 2살 많은 오빠, 7살 어린 남동생, 그 사이의 나. 삼남매가 함께 산다.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다. 서울살이의 시작은 당연히(?) 오빠였다. 대학 진학을 위해 먼저 서울로 올라온 그가 1인 가구의 외로움에 사무쳐갈 때, 내가 서울로 임용시험을 봤다. 임용시험을 준비하며,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낸 서울과 학창시절을 보낸 부산, 제3의 도시 등 다양한 선택지를 두고 고민하던 내게 오빠가 적극적인 제안을 해왔다. 아침에 된장찌개를 끓여주겠다고 했다. 아침밥을 차려준다는 그 제안에 솔깃하여 서울행을 결심했다. 그렇게 오빠의 서울살이 7년 차에 내가 합류했다. 둘이 함께라 쓰고 오빠가 주도함이라 읽는, 둘이 함께하는 살림에 익숙해졌을 때쯤, 동생이 역시 대학 진학을 위해 서울로 올라왔다... 2020. 6. 20.
그냥 쓰는 글) 속마음 #1. 전시행정이 여기 있네 까톡. 친구가 보내온 사진 한 장. “오, 학교 시설 좋네.” “아니, 시설을 보라는 게 아니라…” “???” “복도를 자세히 봐. 높으신 분 오신다고 교실 안의 물건 다 밖으로 뺌” 그렇다. 지난밤 친구는 오늘 높으신 분, 매우 높으신 분이 학교에 오신다고 했다. 장차관을 제외하고는 교육공무원 중에 아마도 임명직으로 올라갈 수 있는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가신 분을 맞이하기 위해 교실의 각종 가구와 물건을 복도에 예쁘게 정렬해 놓았다. 교실 내 학생 간 ‘1m’ 간격 유지를 위해 이만큼 노력했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서. 그래 봐야 복도로 쫓아낼 수 있었던 물품은 청소도구함, 우산꽂이, 쓰레기통 정도. 결국 다시 교실 안에 비치할 수밖에 없는 물건들을, 그분의 짧은 학교 방문을 .. 2020. 5. 22.
주(住) - 오늘은 이삿날입니다. #1. 오늘은 이삿날입니다. 적당히 헐렁하면서도 적당히 몸에 맞아 움직임에 걸리적거림이 없는 맨투맨과 넉넉하면서도 허리의 고무줄 밴드가 쫀쫀하여 쭈그려 앉기에 최적인 면바지로 구성된 전투복을 차려입고 비장한 마음으로 출근하는 오늘은 바로 이삿날입니다. “와, 선생님, 축하해요!” “부럽다, 진짜. 그것도 복이야!” 새 학년도의 학년과 업무 발표가 있는 날, 바뀐 학급수에 맞게 조정된 교실 배치도가 또 다른 운명을 나눕니다. 같은 학년에 배정받아 교실 이사를 하지 않아도 되는 선생님, 혹은 학년은 바뀌었으나 교실 배치도 바뀌어 운 좋게 같은 교실을 계속 쓸 수 있게 된 선생님이 받는 부러움 섞인 인사말입니다. 행운의 주인공이 되지 못한 교사들은 새로운 교실 배치도를 손에 들고 “짐 언제까지 빼 드릴까요?”.. 2020. 5. 9.
식(食) - 급식인생 n년 차(feat. 편식하는 교사) 콧노래를 부르며 가벼운 발걸음을 내딛는 부장 선생님의 뒤로 제가 세상 무거운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취나물 무침과 마늘종 볶음, 급식실로 향하는 우리의 발걸음이 이토록 다른 이유입니다. 급식실 조리사님께서 취나물 무침과 마늘종 볶음을 식판 가득 담아 주셨지만, 그쪽으로는 젓가락이 단 한 번도 향하지 않습니다. 직장인에게 급식은 저렴한 식비와 균형잡힌 식단으로 굉장히 감사한 일입니다만, 교사 인생에 예상치 못한 난관이기도 했습니다. 매년 학생들에게 편식을 고백하지만 그렇다고 학생 앞에서 교사가 대놓고 편식을 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렇기에 학생과 함께 밥을 먹을 때는 싫어하는 반찬도 함께 먹는 괴로운 노력을 해왔습니다. 그래서 학생 없이 급식을 먹는 지금, 대놓고 편식할 수 있는 기회를 즐기는 중입니다... 2020. 4. 26.
의(衣) - 왜 월요일에만 예쁜 옷 입어요? #1. 선생님, 뭐 잊으신 거 없어요? - 2019년 1학기 어느 날 5교시는 체육입니다. 급식을 먹고 양치 겸 화장실에 들르는 김에 체육복 바지로 갈아입기로 합니다. 갈아입은 치마는 세면대 옆 공간에 고이 올려두고 양치를 합니다. 마주친 학생들과 가벼운 대화도 나누고, 화장실 앞 복도를 전력 질주하는 학생들에게 강렬한 눈빛도 날리며 양치를 마칩니다. 몸도 마음도 상쾌하게 교실로 돌아와 TV 화면에 알림장을 띄우고 알림장을 적기 시작합니다. 오늘의 시간표와 내일의 시간표, 학급일지를 참고하여 알림장을 적습니다. 찜찜한 기분이 들지 않는 것을 보니 크게 잊은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잠시의 휴식을 즐기려는데 한 학생이 저에게 다가오더니 대뜸 묻습니다. “선생님, 뭐 잊으신 거 없어요?” 동공이 흔들리기 시.. 2020. 4. 6.
점심 메뉴 정하기가 낯선 직장인 이야기(feat. 초등 교사) 매일 같이 긴 회의가 열리는 요즘입니다. ‘온라인 개학’을 준비하기 위해 머리는 맞대지만 뾰족한 수는 찾지 못하는 회의의 반복입니다. 수요일 오전 10시, 여느 때처럼 한 선생님의 교실로 모입니다. 회의가 필요한 사안 한 무더기를 들고 오신 학년 부장님께서 종이 뭉치를 ‘탁’ 내려놓으시며 비장하게 말씀하십니다. “우리, 가장 중요한 것부터 정하고 시작할까요?” 옆 반 선생님께서 거드십니다. “아무래도, 그게 가장 중요하겠지요?” 저는 ‘아, 학사일정 안이 다시 나왔나?’ 기대하며 눈을 반짝거립니다. 너무 궁금했거든요, 방학을 언제 하는지. 하지만 예상치 못한 답변이 저를 둘러쌉니다. “돈까스 어때요?” “오늘 요 앞 장터 열리는 날인데, 분식?” “오랜만에 짜장면도 괜찮지요.” 아, 저는 아직 사회생활 .. 2020. 4. 4.
글 업로드가 자꾸 늦어지는 이유 안녕하세요. 오늘은 저의 글 업로드가 자꾸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짧게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처음 블로그를 개설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때는 적어도 일주일에 네 번은 글을 올리겠다고 다짐했었는데요. 어쩌다 보니 요새 자꾸 글을 적는 게 밀리고 있습니다. 내가 적은 글을 누가 읽어줄까? 광고도 달 수 있다던데 교통비는 벌 수 있을까? 등등의 호기심으로 블로그를 열어 봤는데요. 이미 적은 일기를 토대로 글을 재구성하는 데에도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고요. 그래도 오랜만에 일기와 사진을 꺼내보며 추억에 잠기는 게 좋아서 즐겁게 글을 써왔습니다. 사실, 지금 올리고 있는 여행 이후로 일기를 쓰지 않아서, 이렇게 나름 꾸준히 글을 써본 게 몇 년 만인가 싶기도 해요. 글을 적다 보니 마음이 정화되는 것 같다는.. 2020. 3. 25.
'일 안 하고 월급 받는 사람'이 쓰는 글 안녕하세요, 저는 대한민국의 교사입니다. 서울 시내의 한 초등학교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서울교육의 수장이신 조희연 서울특별시교육감님의 말씀에 따르면 현재 일을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소속만 되어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일 안 하고 월급 받는 삶에 대해서. ‘현재’ 일을 안 하고 있는가에 대한 문제 ‘일을 안 한다’라는 표현을 두 가지 의미로 해석해 보았습니다. 첫째, ‘일이 하나도 없어서 일을 안 한다.’와 둘째, ‘일이 있는데도 미루고 일을 안 한다.’입니다. 먼저, ‘일이 하나도 없다.’ 대한 부분입니다. 개학까지는 많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각 교사의 학급운영과 수업 준비에 대한 일을 차치하고라도 학교라는 기관의 문을 열기 위한 행정적인 준비가 필요합니다. 학사일정과 그에 따른.. 2020. 3.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