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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141일45

서랍6-10) 모로코 사하라사막 - 낭만적이기보다는 현실적 20130430의 일기 #1. 안녕, 사하라사막 하루하고도 반나절을 더 달렸다. 계속된 이동에 정신이 혼미해져 갈 때쯤, 흐리멍덩한 눈으로 마주한 사하라사막. 무엇을 기대했는지 모르겠다. ‘짠! 여기부터 사하라사막이야.’라는 표지판을 기대한 건지, 사막 시작을 알리는 장승이라도 서 있기를 기대한 건지. 아무튼, 아무런 표식 없이 어느 순간 눈 앞에 펼쳐진 사하라사막이 얼떨떨했다. 아, 이게 교과서로만 보던 그 사하라사막이구나. 너를 보기 위해 이제껏 달려왔구나. 차에서 낙타로 옮겨 탔다. 터덜터덜 낙타의 리듬에 몸을 맡기고 지평선 너머에 시선을 둔다. 일몰이 사막을 감쌌다. 오늘 밤, 이곳에서 사막 하늘을 바라보며 하룻밤을 보낸다. #2. 낭만적이기보다는 현실적 사하라사막은 아름다웠다. 모래에 반사된 일.. 2020. 7. 31.
서랍6-9) 모로코 사하라사막 - 사막을 향해 출발하다 20130429의 일기 #1. 모로코에 온 그 이유, 사하라사막 빡빡한 예산에도 비행기 표를 끊어가며 모로코에 온 이유는 딱 하나, 사하라사막에 가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마라케시에 머물며 사하라사막 2박 3일 투어 상품을 예약했고, 오늘이 바로 투어 1일 차다. 원래 성격인 건지, 장기 여행이라 그런 건지 특정 장소에 대해 특별한 설렘을 느끼지는 않았는데 사하라사막은 다르다. 모로코행 비행기 표를 끊을 때부터 사하라사막이 기대됐고, 투어 상품을 예약하면서 그 기대가 증폭되었고, 마침내 사하라사막으로 출발하는 오늘 아침, 새벽같이 출발 준비를 하면서도 너무 설렜다. #2. 허리가 살살 녹아내리는 중 봉고차에 올라 12시간을 이동했다. 마라케시 숙소에서 마주친 동갑내기 ㅅ에게 첫날은 끝없이 이동만 할 거니 .. 2020. 7. 26.
서랍6-8) 모로코 마라케시 - 여행 한 달 차, 여행과 일상 사이 20130428의 일기 #1. 여행 한 달 차, 여행과 일상 사이 141일의 여행을 시작한 지 한 달 하고 이틀이 흘렀다. 여행이 길어지다 보니 슬슬 여행이 일상 같고 일상이 여행 같다. 여행과 일상 사이, 여행 같은 일상, 일상 같은 여행. 그냥 낯선 곳에 있는 이 상황이 익숙하달까. 마치 언제나 이런 삶을 살았다는 듯이 하루하루를 보낸다. 다인실 숙소에서 눈을 뜨고, 뭉그적거리다가 밖을 나선다. 특별히 어디를 가는 날도 있고 그저 방랑자처럼 돌아다니는 날도 있고. 숙소나 길거리에서 만난 낯선 사람과 나누는 가벼운 대화도 익숙해졌다. 매번 바뀌는 잠자리나 다인실 숙소가 딱히 불편하지 않아서 여행이 체질인가 싶다가도, 원체 여기저기 열심히 다니지 않아서 여행은 내 체질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무튼, 여.. 2020. 7. 14.
서랍6-5) 모로코 카사블랑카 - 카사블랑카의 세 소녀 20130426의 일기(2) 앞 이야기 : 20130426의 일기(1) #3. 카사블랑카(Casablanca)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봤으나 도시의 이름이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그 이름, 카사블랑카(Casablanca). 영화 ‘카사블랑카’로 유명하다는 이곳은 모로코의 수도인 듯 수도가 아닌, 마치 터키의 이스탄불, 호주의 시드니 같은 곳이라고 했다. 카사블랑카에 갈 예정이라는 내게, 혹은 카사블랑카를 다녀왔다는 내게 많은 이들이 영화 ‘카사블랑카’를 언급했다. 그들은 그 영화가 나의 카사블랑카 방문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궁금해했지만, 아쉽게도 난 그 영화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다. 난 그저, 이곳에 아름다운 모스크가 있다기에, 아부다비에서 셰이크 자이드 모스크를 보고 느낀 그 황홀함을 다시 느끼고 싶었을.. 2020. 7. 4.
서랍6-4) 모로코 카사블랑카 - 흥정, 그 미묘한 눈치싸움에 대하여 20130426의 일기 #1. 아날로그식 숙소 구하기 기차역 주위를 한 시간이나 헤맸다. 아실라의 숙소는 와이파이가 되지 않았던 탓에 본의 아니게 아무런 정보, 심지어는 숙소에 대한 정보도 없이 이곳 카사블랑카(Casablanca)에 오게 되었다. 꽤 큰 도시기에 기차를 내리면 다양한 숙박시설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어디까지나 예상이었을 뿐 한 시간을 헤맸어도 적당한 가격의 숙소는 보이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다시 기차역으로 발걸음을 돌리기로 했다. 기차역에서 나와 같은 배낭여행객을 마주친다면 그들에게 숙소 정보를 물어볼 참이다. 혹은 와이파이가 되는 카페나 식당을 알아보는 방법도 있다. 확실한 것은 나의 발품으로 적당한 숙소를 구하기는 어렵겠다는 것. 다양한 사람이 몰리는 기차역의 힘을 믿어 보.. 2020. 6. 15.
서랍6-3) 모로코 아실라 - 여기가 바로 파라다이스 20130425의 일기 #1. 다시 또 함께 모로코에서 맞는 두 번째 아침, 오늘도 역시 새벽의 고요함을 깨는 아잔(Azzan, 하루에 다섯 번 예배 시간을 알려주는 일종의 노래) 소리에 잠에서 깼다. 모로코에서 첫 아침을 맞았던 어제는 아잔 소리에 화들짝 놀랐더랬다. 방송을 통해 흘러나오는 경건함이 묻어나오는 목소리가 꼭 심각한 일이 터졌음을 알리는 것 같아 어찌나 조마조마했던지. 아잔의 존재와 기능을 알게 된 오늘은 덤덤하게 아잔 소리에 맞춰 몸을 일으킨다. 모로코에서 지내는 동안 아침 알람은 따로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 어제 Fouad는 내게 자신이 아침을 먹을 식당을 알려주었다. 그곳에서 아침을 먹고 있을 테니 나도 그곳으로 오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제 그에게 고백하지 않은 사실이 하나 있는데.. 2020. 6. 4.
서랍6-2) 모로코 아실라 - 세계 속의 대한민국 20130424의 일기 #1. 평화로운 바닷가 마을, 아실라(Assilah) 예정보다 하루 늦게 도착한 이곳, 아실라. 탕헤르 남쪽의 작은 바닷가 마을인 아실라는 모로코의 다른 도시에 비해 많이 알려진 여행지는 아니다. 그럼에도 이곳을 거쳐 간 여행객은 모로코 여행 중 가장 좋았던 곳으로 아실라를 꼽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이곳은 모로코 여행의 숨은 보석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이곳을 여행하는 특별한 방법은 없다. 그저 골목골목을 거닐며 평화로움을 즐기면 된다. 하얀 벽에 그려진 벽화를 구경하고, 담을 에워싼 넝쿨을 살피다 보면 길을 잃는다. 그렇게 길을 잃고 정처 없이 걷다가 지났던 곳을 다시 보면 또 새롭다. 목적지를 두지 않고 한가롭게 걷는 순간을 즐기는 것이 이곳을 여행하는 방법이다. #2. 세계.. 2020. 5. 25.
서랍6-1) 모로코 탕헤르 - Police와 밥을 먹는다고요? 20130423의 일기 #1. 여기는 모로코입니다. 일몰이 다가와 어둑한 그늘이 진 도로, 바삐 오가는 인파 속에 동양인 여자 한 명이 배낭을 메고 우두커니 서 있다. 예상치 못하게 이곳을 마주한 나는 지금 이 상황이 당황스럽다. ㄱ 오빠의 정보에 따르면 공항에서 바로 아실라(Assilah)로 가는 버스가 있어야 했다. 하지만 공항에서 아실라로 가는 버스는 찾을 수 없었고, 시간이 늦어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서는 탕헤르(Tanger) 도심으로 나오는 수밖에 없었다. 뾰족한 수 없이 버스 기사님이 내리라는 곳에 내렸고, 곧 인파에 휩싸였다.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속, 홀로 정지화면인 내게 호객꾼 한 명이 달라붙었다. 호객꾼과의 실랑이를 좋아하지 않지만, 그는 지금 나를 구해줄 단 하나의 동아줄이다. 호스텔을.. 2020. 5.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