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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2-4) 영국 - 런던에서 레미제라블을 20130329의 일기 #1. 오빠의 입대 전 마지막 소원 나는 삼 남매다. 두 살 많은 오빠, 일곱 살 어린 남동생. 그 사이의 나. 내가 유럽으로 떠나오기 두 달 전, 오빠는 입대를 했다. 서울에서 대학 생활을 하던 오빠는 입대를 앞두고 부산에 내려왔다. 오빠는 우리와 하고 싶은 게 있다고 했다. 영화 레미제라블을 봤는데, 너무 좋았단다. 그래서 우리 셋이 함께 영화를 한 번 더 보고 싶다고 했다. 입대 전 소원이라니, 이뤄주기로 했다. 처음으로 삼 남매가 나란히 영화관 의자에 앉았다. #2. 런던에서 공연을 우리나라의 대학로 느낌이려나. 런던의 극장가인 피카딜리 서커스(Piccadilly circus)에서 여러 극장을 돌다 보면, 공연 표를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밤에 야경 투어를 다녀.. 2020. 2. 15.
서랍2-3) 번외편 - 런던에서 길을 묻다. #1. 영어 공부가 제일 힘들었어요. 2010년 11월 17일. 나는 의자 깊숙이 등을 기댄 채, 두 다리를 책상에 올려놓고 있다. 수능을 하루 앞두고 마음이 심란하다.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부랴부랴 알파벳을 외웠다. b와 d, p와 q를 구별하는 것이 난관이었다. 영어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어서 중학교 3년 내내 교과서의 모든 문장을 외웠다. 80점 대의 점수를 유지하며 간간이 90점도 넘겼다. 고등학교 모의고사는 대비하기가 힘들었다. 교과서를 외우는 방법이 통하지 않아 뒤늦게 영어의 구조부터 공부해나갔다. 3등급 후반으로 시작해 꾸준히 성적을 올렸지만 3학년 마지막 모의고사까지 1등급을 받아보지 못했다. 6년간 내 발목을 잡아 온 영어기에, 수능 하루 전까지 영어가 걱정이다. 걱정되는 마음과는 달리 영.. 2020. 2. 13.
서랍2-2) 영국 런던 - 횡단보도를 건너는 방법 20130328의 일기 #1. 습관이라는 것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 앞이다. 오른쪽에서 달려오던 차가 점점 속도를 늦춘다. 나는 그 차가 천천히 지나갈 수 있도록 기다려준다. 차가 멈췄고, 나도 멈췄다. 아무도 횡단보도를 건너지 않는다. 어색한 기다림 뒤 내가 먼저 조심스레 발걸음을 내딛는다. 차는 여전히 조용하게 멈춰 서있다. 버스 정류장이다. 나는 기다리는 버스가 오는지 확인하기 왼쪽을 보며 서성이고 있다. 기다리던 버스의 뒤꽁무니가 점점 작아진다. 보행자인 내가 지나가는 차를 먼저 배려하는 것, 왼쪽을 보고 서서 버스를 기다리는 것, 길을 건널 때는 왼쪽-오른쪽 순으로 고개를 돌리는 것. 모두 교육의 산물이겠지만 이제는 무의식적인 습관일 뿐이다. 버스를 타고, 길을 건너는 것은 너무 일상적이어서, .. 2020. 2. 12.
서랍2-1) 영국 - 런던에 도착하다 20130327의 일기 #1. 52시간째 이동 중 부산 집을 떠나 서울행 버스에 몸을 실으면서 나의 여정은 시작되었다. 오후 5시에 서울에 도착해서 고모와 저녁을 먹었다. 이후 공항에서 대기하다가 새벽 1시에 아부다비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9시간 30분의 비행을 마친 뒤에는 아부다비에서 22시간을 머물렀다. 그리고 또다시 아부다비에서 런던으로 8시간을 비행했다. 부산에서 서울로 버스 4시간 30분, 서울에서 아부다비로 비행기 9시간 30분, 아부다비에서 런던으로 비행기 8시간. 순수 이동 시간만 22시간. 그리고 서울에서는 8시간을, 아부다비에서는 22시간을 머물렀다. 나는 52시간째 이동 중이다. 몽롱해져 가는 정신을 힘겹게 붙잡고 그 까다롭다는 런던 히드로 공항의 입국 심사를 통과했다. 여기가 어디인.. 2020. 2. 11.
서랍1-2) UAE 아부다비 - 파키스탄에서 온 그 20130326의 일기(2) 앞 이야기 : 20130326의 일기(1) #4. 마리나 몰로 향하는 길 마리나 몰로 향하는 길이다. 그랜드 모스크에서 다시 30분을 걸어 나왔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길을 지나가던 운전자가 자동차 창문을 내린다. 어디로 가냐고 묻는다. 택시를 타려던 것은 아니기에 고개를 저었다. 이번에는 차에 타란다. 모르는 척을 했다. 그는 몇 번 더 질문을 던졌지만 내가 반응을 보이지 않자 차를 움직여 가버렸다. 아니, 가버린 줄 알았다. 그는 저 앞에 차를 세우고 나에게 걸어오고 있었다. 그렇게 길거리에서 한참 실랑이를 했다. 자기는 택시 기사가 아니라며, 태워다주겠다는 그와 버스를 타면 된다고 버티는 나. 왜 갑자기 내 앞에 나타나서는 나를 이렇게도 귀찮게 하는지 도저히 .. 2020. 2. 10.
서랍1-1) UAE - 아부다비에 도착하다 20130326의 일기(1) #1. 안경을 쓰고 있네? 아부다비. 아랍의 어느 도시. 석유 부자. 내게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던 그곳에 도착했다. 나는 이곳에서 22시간을 보내야 한다. 내 여행의 첫 도시인 셈이다. 새벽 1시에 출발하여 9시간 30분을 비행했지만, 아부다비는 아직 새벽 5시 30분이었다. 몽롱한 정신을 붙잡고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transfer’ 와 ‘arrivals’의 갈림길을 맞닥뜨렸다. 난 환승을 하러 이곳에 왔다, 하지만 난 공항 밖으로 나갈 것이다……. 잠깐 서성이다가 ‘transfer’로 향했고, 뉴스에서만 보던 하얀 칸두라를 입은 남성이 나를 맞이해주었다. 쭈뼛쭈뼛 상황을 설명했더니 그는 여권을 보여달라고 했다. 여권 사진을 들여다보던 그는 매우 심각한 얼굴로 .. 2020. 2. 9.
서랍1-0) 여행의 시작 20130326의 일기 #1. 출발 아빠는 여행 잘 다녀오라는 말씀을 남기시고 평소처럼 출근을 하셨다. 엄마는 나를 버스터미널에 데려다주겠다고 하셨다. 버스로도 15분이면 가는 거리를 엄마와 함께 차를 타고 갔다. 터미널로 가는 길은 평소와 같았다. 그냥 무덤덤했고, 별일 없다고 느꼈다. 엄마와 인사를 나누고 버스에 올라탔는데 별안간 눈물이 났다. 손을 흔드는 엄마의 모습이 점점 멀어지자 그제야 내가 벌린 일이 어떤 일인지 실감이 났다. 여행 준비도 필요 없고, 떠나기만 하면 어떻게든 잘 될 거라고 당당하게 외치던 나는 사라지고, 멀어져 가는 엄마 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나만 남았다. 비행기 표만 들고 떠나겠다고 했던 나의 호기로움이 무색하게 온갖 걱정이 끊이질 않아 버스에서 내내 잠을 뒤척였다. ‘.. 2020. 2. 8.
유럽 141일, 여행 전 이야기 #1. 2013년의 나는 2013년의 나는 휴학생이었다. 복학까지는 한 학기가 남아있었고, 배낭여행이야말로 대학생의 로망이라고 믿고 있었다. 누군가 초보 배낭여행자에게 유럽이 가장 적합하다 했고, 마침 나에겐 바로 지난 학기에 봉사활동을 통해 사귄 유럽 친구도 몇 명 있었다. 그렇게 남은 한 학기를 보낼 계획이 마련되었다. 유럽 배낭여행이자 장기배낭여행. #2. 여행 계획 세우기 매일 침대를 뒹굴며 머릿속으로 유럽 지도를 그려보았다. 어디를 어떻게 가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런던으로 들어가서 이스탄불로 나오면 유럽을 적당히 둘러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리저리 비행기 표를 검색해보다가 국제학생증을 만들고, KISES에서 표를 발권하기로 했다. 비행기 표가 가장 싼 날 출국하고, 다시 가장 싼 날 귀국하려다 .. 2020. 2.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