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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6-5) 모로코 카사블랑카 - 카사블랑카의 세 소녀 20130426의 일기(2) 앞 이야기 : 20130426의 일기(1) #3. 카사블랑카(Casablanca)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봤으나 도시의 이름이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그 이름, 카사블랑카(Casablanca). 영화 ‘카사블랑카’로 유명하다는 이곳은 모로코의 수도인 듯 수도가 아닌, 마치 터키의 이스탄불, 호주의 시드니 같은 곳이라고 했다. 카사블랑카에 갈 예정이라는 내게, 혹은 카사블랑카를 다녀왔다는 내게 많은 이들이 영화 ‘카사블랑카’를 언급했다. 그들은 그 영화가 나의 카사블랑카 방문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궁금해했지만, 아쉽게도 난 그 영화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다. 난 그저, 이곳에 아름다운 모스크가 있다기에, 아부다비에서 셰이크 자이드 모스크를 보고 느낀 그 황홀함을 다시 느끼고 싶었을.. 2020. 7. 4.
일상) 우문현답 #1. 삼남매의 서울살이 2살 많은 오빠, 7살 어린 남동생, 그 사이의 나. 삼남매가 함께 산다.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다. 서울살이의 시작은 당연히(?) 오빠였다. 대학 진학을 위해 먼저 서울로 올라온 그가 1인 가구의 외로움에 사무쳐갈 때, 내가 서울로 임용시험을 봤다. 임용시험을 준비하며,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낸 서울과 학창시절을 보낸 부산, 제3의 도시 등 다양한 선택지를 두고 고민하던 내게 오빠가 적극적인 제안을 해왔다. 아침에 된장찌개를 끓여주겠다고 했다. 아침밥을 차려준다는 그 제안에 솔깃하여 서울행을 결심했다. 그렇게 오빠의 서울살이 7년 차에 내가 합류했다. 둘이 함께라 쓰고 오빠가 주도함이라 읽는, 둘이 함께하는 살림에 익숙해졌을 때쯤, 동생이 역시 대학 진학을 위해 서울로 올라왔다... 2020. 6. 20.
서랍6-4) 모로코 카사블랑카 - 흥정, 그 미묘한 눈치싸움에 대하여 20130426의 일기 #1. 아날로그식 숙소 구하기 기차역 주위를 한 시간이나 헤맸다. 아실라의 숙소는 와이파이가 되지 않았던 탓에 본의 아니게 아무런 정보, 심지어는 숙소에 대한 정보도 없이 이곳 카사블랑카(Casablanca)에 오게 되었다. 꽤 큰 도시기에 기차를 내리면 다양한 숙박시설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어디까지나 예상이었을 뿐 한 시간을 헤맸어도 적당한 가격의 숙소는 보이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다시 기차역으로 발걸음을 돌리기로 했다. 기차역에서 나와 같은 배낭여행객을 마주친다면 그들에게 숙소 정보를 물어볼 참이다. 혹은 와이파이가 되는 카페나 식당을 알아보는 방법도 있다. 확실한 것은 나의 발품으로 적당한 숙소를 구하기는 어렵겠다는 것. 다양한 사람이 몰리는 기차역의 힘을 믿어 보.. 2020. 6. 15.
서랍6-3) 모로코 아실라 - 여기가 바로 파라다이스 20130425의 일기 #1. 다시 또 함께 모로코에서 맞는 두 번째 아침, 오늘도 역시 새벽의 고요함을 깨는 아잔(Azzan, 하루에 다섯 번 예배 시간을 알려주는 일종의 노래) 소리에 잠에서 깼다. 모로코에서 첫 아침을 맞았던 어제는 아잔 소리에 화들짝 놀랐더랬다. 방송을 통해 흘러나오는 경건함이 묻어나오는 목소리가 꼭 심각한 일이 터졌음을 알리는 것 같아 어찌나 조마조마했던지. 아잔의 존재와 기능을 알게 된 오늘은 덤덤하게 아잔 소리에 맞춰 몸을 일으킨다. 모로코에서 지내는 동안 아침 알람은 따로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 어제 Fouad는 내게 자신이 아침을 먹을 식당을 알려주었다. 그곳에서 아침을 먹고 있을 테니 나도 그곳으로 오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제 그에게 고백하지 않은 사실이 하나 있는데.. 2020. 6. 4.
서랍6-2) 모로코 아실라 - 세계 속의 대한민국 20130424의 일기 #1. 평화로운 바닷가 마을, 아실라(Assilah) 예정보다 하루 늦게 도착한 이곳, 아실라. 탕헤르 남쪽의 작은 바닷가 마을인 아실라는 모로코의 다른 도시에 비해 많이 알려진 여행지는 아니다. 그럼에도 이곳을 거쳐 간 여행객은 모로코 여행 중 가장 좋았던 곳으로 아실라를 꼽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이곳은 모로코 여행의 숨은 보석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이곳을 여행하는 특별한 방법은 없다. 그저 골목골목을 거닐며 평화로움을 즐기면 된다. 하얀 벽에 그려진 벽화를 구경하고, 담을 에워싼 넝쿨을 살피다 보면 길을 잃는다. 그렇게 길을 잃고 정처 없이 걷다가 지났던 곳을 다시 보면 또 새롭다. 목적지를 두지 않고 한가롭게 걷는 순간을 즐기는 것이 이곳을 여행하는 방법이다. #2. 세계.. 2020. 5. 25.
그냥 쓰는 글) 속마음 #1. 전시행정이 여기 있네 까톡. 친구가 보내온 사진 한 장. “오, 학교 시설 좋네.” “아니, 시설을 보라는 게 아니라…” “???” “복도를 자세히 봐. 높으신 분 오신다고 교실 안의 물건 다 밖으로 뺌” 그렇다. 지난밤 친구는 오늘 높으신 분, 매우 높으신 분이 학교에 오신다고 했다. 장차관을 제외하고는 교육공무원 중에 아마도 임명직으로 올라갈 수 있는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가신 분을 맞이하기 위해 교실의 각종 가구와 물건을 복도에 예쁘게 정렬해 놓았다. 교실 내 학생 간 ‘1m’ 간격 유지를 위해 이만큼 노력했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서. 그래 봐야 복도로 쫓아낼 수 있었던 물품은 청소도구함, 우산꽂이, 쓰레기통 정도. 결국 다시 교실 안에 비치할 수밖에 없는 물건들을, 그분의 짧은 학교 방문을 .. 2020. 5. 22.
서랍6-1) 모로코 탕헤르 - Police와 밥을 먹는다고요? 20130423의 일기 #1. 여기는 모로코입니다. 일몰이 다가와 어둑한 그늘이 진 도로, 바삐 오가는 인파 속에 동양인 여자 한 명이 배낭을 메고 우두커니 서 있다. 예상치 못하게 이곳을 마주한 나는 지금 이 상황이 당황스럽다. ㄱ 오빠의 정보에 따르면 공항에서 바로 아실라(Assilah)로 가는 버스가 있어야 했다. 하지만 공항에서 아실라로 가는 버스는 찾을 수 없었고, 시간이 늦어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서는 탕헤르(Tanger) 도심으로 나오는 수밖에 없었다. 뾰족한 수 없이 버스 기사님이 내리라는 곳에 내렸고, 곧 인파에 휩싸였다.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속, 홀로 정지화면인 내게 호객꾼 한 명이 달라붙었다. 호객꾼과의 실랑이를 좋아하지 않지만, 그는 지금 나를 구해줄 단 하나의 동아줄이다. 호스텔을.. 2020. 5. 17.
주(住) - 오늘은 이삿날입니다. #1. 오늘은 이삿날입니다. 적당히 헐렁하면서도 적당히 몸에 맞아 움직임에 걸리적거림이 없는 맨투맨과 넉넉하면서도 허리의 고무줄 밴드가 쫀쫀하여 쭈그려 앉기에 최적인 면바지로 구성된 전투복을 차려입고 비장한 마음으로 출근하는 오늘은 바로 이삿날입니다. “와, 선생님, 축하해요!” “부럽다, 진짜. 그것도 복이야!” 새 학년도의 학년과 업무 발표가 있는 날, 바뀐 학급수에 맞게 조정된 교실 배치도가 또 다른 운명을 나눕니다. 같은 학년에 배정받아 교실 이사를 하지 않아도 되는 선생님, 혹은 학년은 바뀌었으나 교실 배치도 바뀌어 운 좋게 같은 교실을 계속 쓸 수 있게 된 선생님이 받는 부러움 섞인 인사말입니다. 행운의 주인공이 되지 못한 교사들은 새로운 교실 배치도를 손에 들고 “짐 언제까지 빼 드릴까요?”.. 2020. 5. 9.